요양병원

프롤로그

by 니나노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매일 마주한다는건 어떤 의미일까? 10년 차 간호사로서 수많은 요양병원을 거치며, 나는 그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대리석으로 마감된 호화로운 시설부터 기초수급자들이 대부분인 영세한 병원까지, 그 극명한 차이 속에서 요양병원은 어떤 이에게는 편안한 안식처였고, 또 다른 이에게는 벗어나고픈 감옥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으며, 수많은 직업적 딜레마를 마주해야 했다.


나의 간호사로서의 시작은 불안함 그 자체였다. 긴장감에 심해지는 수족냉증, 예민한 환자와 힘겨워 보이는 보호자, 끊임없이 울리는 알람 소리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도 없었기에, 나는 그저 '면허라도 따두자'는 생각으로 앞으로의 시간을 견디기로 했다. 열정적인 친구들이 대학병원 입사에 온 힘을 쏟는 동안, 나는 별다른 욕심 없이 "집 가까운 게 최고야"라는 단순한 이유로 집 근처 종합병원을 택했다. 하지만 간호사 면허가 나오기도 전에, 나는 동기들과 함께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2주간의 무임금 노동을 시작해야 했다. 원치 않게 배치된 중환자실은 폐쇄적인 공간의 특성 때문인지 태움이 심했다. 다행히 직접적인 타깃은 아니었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동조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 정도까지 감수하며 일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결국 입사 한 달 만에 퇴사를 결정했다.


"마음 편히 일하고 살자"라는 생각으로 옮긴 곳은 요양병원이었다. 그러나 출근 첫날부터, 내가 선택한 길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 "선생님, 병원으로 다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옴 환자가 발생하여 선생님도 예방약을 바르셔야 할 것 같아요. 오셔서 약 받아 가세요." 첫날부터 옴이라니... 이건 정말 예상 밖이었다. 처음겪는 상황에 무섭고 사실 도망도 가고 싶었지만, 첫 직장을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나는 그저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어딜 가든 힘든 건 마찬가지'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불쾌한 선입견 속에서 시작된 요양병원 생활이었지만, 때로는 존엄한 죽음을 바라는 환자와 어떻게든 살리고 싶어하는 보호자 사이에서의 상황에서의 딜레마 그리고 이제는 요양병원의 중요한 인력이 되어버린 중국인 간병사들과의 울고 웃었던 일들, 정을 깊게 줬던 환자와의 예상치 못한 헤어짐등의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요양병원은 나에게 단순한 직장을 넘어 더 큰의미를 지닌 공간이 되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매일 마주하는 곳인 이곳은 나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동시에 나를 변화시키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거창할까?

오늘도 나는 그런마음을 한켠에 품고 출근한다.


이 책에서는 내가 겪었던 요양병원에서의 죽음과 삶의 이야기, 그리고 요양병원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슬기로운 요양병원생활에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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