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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naine Aug 04. 2022

샤머니즘

동양의 신경정신과(라고 생각하고싶어요)

멘털이 약해질 때 사주나 타로를 많이 보러 다녔다. 짧게는 삼십 분 길게는 두 시간 동안 처방과 진단을 해주는 곳이 아닌 '너의 미래는 지금보다 낫다'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말이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듣지 못했을 때는 또 근처의 철학관을 찾아가서 위로의 말을 듣기를 바랐다.


취업을 고민하던 시기에는 언제쯤 취업이 가능할지 결혼 준비중에는 궁합을 창업전에는 장사가 잘될지 여부를 나 스스로가 아닌 나를 처음 본 사람을 만나 상담아닌 상담과 조언을 받았다. 그렇지만 항상 답은 내가 더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누군가의 허락과 확인을 받는 것 역시 나의 단점이며 성격이다. 나 스스로의 결정에 자신이 없는 것이다.


약 1년 전에 철학관이나 타로 신점등 가리지 않고 여러곳을 다녔었다. 아니 지금까지 그런 곳에 쓴 돈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뭐가 그렇게 힘든일이 많았던 걸까. 매년 연초엔 운세를 보러 가야 한다며 유명하다는 곳을 찾아다녔고 힘든 일이 생기면 또 마음의 위안을 받기 위해 찾아갔다.

사주를 보러 가면 이름이 좋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내 이름은 할아버지가 직접 지어주신 이름이다. 철학관에서는 개명을 추천했다. 한두곳이었으면 그냥 넘겼을 것을 가는 곳마다 이름이 좋지 않다고 얘기를 들으니 안 좋은 일이 생기면 혹시 이름 때문에 그런 거 아냐? 하며 괜한 이름탓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명하다는 작명소에서 사주를 보게 되었다. 예약 후 대기기간만 6개월 이상이었고 방송에도 많이 나오신 유명한 분이셨다. 상담을 받으러 가니 사무실안에는 유명 연예인들의 화환이 가득했다. 사주상담 후에 조심스레 개명에 관한 질문들을 했고 그곳에서 이름을 추천받아 부모님의 허락이나 의논 그리고 통보도 하지 않고 개명을 완료했다. 나를 낳아서 길러주신 엄마 아빠의 말은 듣지도 않으면서 돈을 주고 이름을 받고 개명을 하다니 이것도 웃긴 일이다.


앞으로 좋은 일 많이 생기실 분이 그런 이름 쓰셔서야 되겠어요? 가 내가 개명한 이유다. 그전까지는 그저 이름이 좋지 않아요. 이름 때문에 그런 일이 생겼을 수도 있어요. 사주와 맞지 않습니다.라는 내가 생각해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이유들로 개명을 권했지만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거라는데 이름쯤이야 바꾸지 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 면으로 터닝포인트였다. 그리고 개명 3개월 차, 아직은 내가 이름을 바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몇 없어서 불러주는 이들도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나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이름 탓은 하지 못할 것이다. 나름 비싼 돈을 주고받아온 이름이고 사주에도 맞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작명소도 몇 군데 다녔었다. 마음이 허하면 괜히 이런 곳에 돈을 쓰게 된다. 여전히 허한마음은 있지만 나는 자영업자다.


친한동생이 인생스포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적이 있다. 그말을듣고 안그래도 재미없는 인생인데 스포까지 당하면 너무 재미없지 않을까? 하고 대답해줬지만 좋은일은 스포해줬으면... 예를들어 로또번호..


개명 후 확 달라졌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괜히 새로운 인생을 사는것 같은 느낌도 들고 높은 파도가 치던 마음들이 잔잔한 파도로 바뀐 느낌이다. 감정의 기복도 크지 않고 불안감도 많이 사라졌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잔잔한 파도로 바뀌었을텐데 그때는 왜 그렇게 높은 파도가 무서웠을까.  


수영이나 열심히 배워볼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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