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꾼 이야기
혼자 보는 미술 전시회를 좋아한다. 누군가와 함께 가는 것도 좋지만 동행자의 취향이나 관심사와 상관없이 충분한 시간 동안 내가 보고 싶은 그림들을 보고 있는 게 좋았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아침부터 그림을 보다가 배고프면 샌드위치 하나 사 먹고 들어와서 또 보러 가고 다리가 아프면 조금 쉬다가 다시 또 그림을 봤다. 미술관 하나가 하루의 모든 일정이었다. 오랑주리에서 본 모네의 수련은 작품의 크기에 압도당해 전시회장 한가운데 서서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간은 온전히 혼자 즐기고 싶었다.
평일에 휴가를 내서 도슨트 대신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한참 그림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몇 년 전 예술의 전당에서 러브 앤 라이프라는 제목으로 특별전시가 있었던 마르크 샤갈의 생일이라는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샤갈의 많은 작품들은 아내인 벨라가 주인공이다. 모든 작품들에 벨라를 향한 마음이 있었지만 나에게 는 생일이란 작품이 유난히 인상 깊었다.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도 차례대로 들었고 사실 디지털 전시는 취향이 아니라 그냥 지나칠 때가 많았었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있고 싶었다. 전시회의 마지막 순서로 샤갈의 작품들로 만든 디지털 전시관에 앉아 영상전시가 두 번 반복되는 동안이나 한참을 앉아있을 때였다.
노부부가 서로 손을 잡고 내 앞에 앉으셨다. 그리고 그 모습이 인상 깊어 그분들 뒤에서 노부부의 모습과 샤갈의 디지털 전시와 함께 한 작품처럼 눈에 담고 있었는데 거의 마지막 부분의 생일이란 작품이 나오니 할아버지께서 눈물을 훔치시는 게 보였다. 내가 느끼기엔 샤갈의 벨라를 향한 마음을 느끼고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셨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분들도 샤갈과 벨라처럼 그렇게 서로 사랑하는 인생을 사셨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분들이 가시고 나서도 영상 전시관에 한참을 앉아있다가 나왔다. 샤갈의 작품부터 주제, 그리고 마지막의 눈물을 흘리시던 노부부까지 나에게는 정말 완벽한 전시회였다.
샤갈의 생일이라는 작품은 특별하지 않았던 생일날 아내 벨라에게 생일선물로 꽃을 받아 특별한 날이 되어 날아갈듯 행복한 기분을 표현한 그림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설명만 들어도 샤갈이 벨라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일생을 살아가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유대 예술의 뮤즈, 내 사랑 벨라
그대는 세상을 떠났지만
내 그림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리라
‘마르크 샤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