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생각을 해봤는데 ‘좋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웃기게도 좋은 사람은 만나고 싶습니다.
몇 시간 전 주말 장사를 준비하며 팟캐스트를 들을까 유튜브를 들을까 고민을 하다가 유튜브로 세바시를 틀어놓고 듣고 있었습니다. 강연하셨던 분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하셨는데 제가 잘 파악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분이 말하는 좋은 사람은 제 생각엔 친근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회사 다닐 때 일 잘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같이 일을 해보니 일은 못하는데 착하기만 하면 그것만큼 환장할 노릇이 없겠더라고요. 잘못한 것에 대해 말도 못 하겠고 어디까지 받아주고 도와줘야 하는지 어려웠습니다. 연봉이라도 제가 많았다면 조금이라도 더 도와줄 마음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중간관리자로 일하던 시기에 저의 팀장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회사가 아닌 밖에서 만났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일은 정말 못하는 사람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고 대표님과 회의시간에 회의를 하며 제가 말했던 것을 자기 생각인 것처럼 말하고 나서 대표님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제가 그랬다는 식으로 항상 떠넘겼습니다. 그리고 팀장들끼리 회의를 하면 일이 잔뜩 넘어오기도 했고 그렇게 넘어온 일은 항상 제 담당이 되었습니다. 본인들의 힘든 일을 도맡아 하겠다고 들고 와서 윗분들에게만 좋은 사람이 되고 그 일을 시간 안에 해내지 못하면 저는 나쁜 사람이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저는 제 할 일이 따로 있었고 덕분에 무조건 칼퇴하던 제가 야근한 적이 많았습니다. 일은 근무시간에 해야 하고 할 일이 많으면 점심시간에도 하고 화장실도 참아가며 일해서 지켜온 칼퇴이며 제 일만으로도 바쁜 상황인데 그런식의 일들로 야근이 많아지니 팀장님이 무슨 말만 하면 못하겠다는 소리가 먼저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또 막상 제 상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일은 잘하지만 할 말 다 하는 사람보다는 일은 조금 못해도 말 잘 듣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 것 같습니다. 제가 상사가 되면 전자보다는 후자 쪽에 더 마음이 갈 것 같고 챙겨주고 싶을 것 같습니다. 둘 다 잘하면 좋겠지만요.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말이 있어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약간의 노력을 해봤던 기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좋은 정도가 얼만큼인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서 마냥 좋은 사람이 되려다 보니 착한 사람이 되고 회사에서 좋은 사람이 되면 일도 같이 오게 되더라고요. 한창 바쁠 시즌에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와서 친하다는 이유로 분위기 파악 못하고 장난을 치고 간다던지 본인이 해결해야 할 일을 굳이 바쁜 시간에 몇 번이고 물어보기도 하고 그랬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타이밍이 안 좋았을 수도 있고 일이 싫다는 말은 아니지만 친하다는 이유로 성격이 좋다는 이유로 떠넘겨지는 일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만 잘하는 사람이 되었고 대표님께 싫은 소리도 하는 사람이 되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은 잘하는데 네가지가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더라구요. 아랫 직원들이 회식한다고 하면 카드는 챙겨서 보내는 센스 정도는 당연히 있었습니다.
내가 꼭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자체로 긍정적인 효과는 있을 것 같지만 저는 큰 효과를 못 봐서인지 적당히 손해 안 보고 나한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당연히 그분들에게는 저도 좋은 사람일 테고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저는 좋은사람보다는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이 무슨 자소서 같은 말을..)
잠이 안 오는 밤에 또 주절주절 브런치에 일기처럼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