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naine Sep 22. 2022

관계에서 상처 덜 받기

내성적 관종의 성향을 가진 나는 사람들의 관심이 싫지만 또 관심이 없어지면 내가 사람들을 찾는다. 내가 외로움을 표현하는 방법이 이런 식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역할이 있었다. 그때는 관종 성향이었던지 그 중심은 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각자의 중심축으로 돌고 있는데 내가 그것을 다 품고 있다고 자만했다. 잘못은 친구가 하고 상처는 내가 받았고 친구는 사과를 했지만 나는 그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저 용서할 마음이 아직 없었을 뿐이었는데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 내가 갑자기 치사한 사람이 되었고 그 무리들은 그렇게 떨어져 나갔다. 아니 나 혼자 따로 떨어져 나왔다는 표현 해야 맞는 것 같다. 이런 일들을 몇 차례 겪고 나니 친한 친구들이 여러 번 바뀌었다. 그 당시는 그런 상황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관계에 연연하지 않는 척하면서 혼자 상처를 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 그 자리는 또 다른 사람으로 채워졌다. 나의 생활 반경 내에 있는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로 채워졌다가 그 사람들이 내 마음속을 나가거나 나의 관심사가 바뀌면 또다시 누군가로 채워졌다. 빈자리가 생기면 다시 누군가로 채워진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지금 만나고 있는 친구들이 영원할 것만 같고 평생 함께 할 것만 같았다. 나보다 어린 동생들이 가끔 친구 얘기를 하며 이러이러해서 스트레스받는다 말하면 그냥 그렇게 두라고 한다. 그러다 보면 그 관계가 사라질 거고 네가 그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면 그것을 감안하며 계속 만날 거라고 무책임한 말들을 조언이랍시고 건넨다. 그런데 그 무책임한 말들이 내가 겪고 나서 얻은 교훈이다.

하지만 절대로 불필요한 인간관계는 없다. 그렇지만 평생 지속될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지금 즐겁기를 바라고 덜 상처받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다. 친구랑 싸워서 힘들다 이야기하면 그 친구와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너무 애쓰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 자리는 또 채워진다는 것을 어릴 때의 나에게 알려주고 싶다.


나는 인스타그램의 계정이 두 개다. 카페 계정과 개인 계정이 있다. 오랜만에 친구의 피드가 올라와 댓글을 달고 있었다. 카페 계정으로 들어가니 오래전에 친했던 친구의 댓글이 있었다. 그런데 개인 계정으로 가니 그 댓글이 사라져 있었다. 나를 차단해왔던 것이다. 여러 가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친구에게 내가 뭘 잘못했지? 하는 생각을 했다. 연락하지 않은지 십몇년이 지난 친구였지만 아직도 나를 의식하는 걸까. 누가 더 서로의 관계를 더 신경 쓰고 있는 걸까.


어릴 때의 내가 했던 고민들을 지금의 내가 조언을 해주고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의 나의 고민들은 나보다 더 어른들에게 조언을 구해야 하는 걸까. 심리학이나 인간관계론을 연구하시거나 강의해주시는 분들은 관계에 대한 고민이 없었는지 궁금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