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일기 1.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는 순간도 좋고, 누군가와 술을 마시는 순간도 좋다. 하지만 그만큼 혼자 전시회를 가고 사진기를 들고 걷기도 하고, 서점을 들러 아무 책이나 펼쳐보는 시간도 좋아한다. 마찬가지로 혼자 술을 먹는 '혼술'도 즐겨한다.
회사에 입사한 이후에는 이렇게 혼자 지내는 시간이 줄었다. 사람이 늘 있는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퇴근시간을 제외, 유일하게 내가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입사 1-2개월 차에는 상사들이 먹자는 음식을 함께 먹으러 다녔다. 그들과도 어느 정도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혼자이고 싶어서 "노마~ 점심 OO 어때?" 라는 상사의 질문에 "아, 저는 그걸 먹으면 속이 좀 안 좋아서 오늘은 혼자 먹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평소 좋아하는 음식인 돈까스(남자들의 소울푸드..!)를 먹으러 갔다. 혼자 밥을 먹던 도중, 나는 왜 이렇게 혼자인 시간을 즐기는 걸까?라는 생각에 빠졌다.
15분 남짓하는 시간동안 밥을 먹으며 곰곰히 고민해봤다.
눈치볼 것이 없다는 것, 시간을 내맘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성장에 대한 고민, 내가 지금 살아가는 삶에 대한 고민, (때로는)내가 만약 내일 죽는다면 난 무엇을 해야 하지? 와 같은 죽음에 대한 고민.
이러한 수많은 고민들은 해도해도 풀리지 않고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민을 해나가는 이유는 그만큼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혼자있고 싶은 순간이면, 내맘속 어딘가 불편한 마음이 숨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아무런 연락도 받지도, 하지도 않으며 서점에 들러서는 책을 봐야 할 것이다. 우울한 날에는 사람이 많지 않은 길에 우산을 들고 빗소리를 들으며 걷기도 해야 할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라고 했다. 누군가와 싸우는 순간에 백전불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슬럼프에 때로는 우울함에 스스로 잠겨들어가는 '나'를 알고 백전불태하는 것도 중요하다.
누군가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에 에너지를 얻기도 하고, 격한 운동을 하며 도리어 강렬한 에너지를 얻어가기도 한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되지 않아서 힘들어 하고 있다면, 우울한 기분이 해결되지 않은채로 슬럼프가 지속돼서 너무나 힘들다면 때로는 오롯이 혼자 있는 순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의 생각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