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노마 Sep 22. 2019

키는 크지 않지만, 성장통을 겪는 중입니다.


"키는 크지 않지만, 성장통을 겪는 중입니다." 글을 다 쓰고 나서야 이렇게 제목을 적어본다. <신입사원의 욕심은 끝이 없고, 시키신 일만 해도 바빠죽겠습니다.>,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라는 제목을 적었다가도 결국 글을 마치고 뒤돌아보니 키는 크지 않지만 성장통을 겪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이 글을 통해서 나와 같은 성장통을 겪는 동지들이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기를… 


한가지, 두가지 내가 속한 조직에 익숙해져감에도 불구하고 잠들기 싫은 밤과 깨기 싫은 아침이 반복되는 것은 변함없다. '오늘 하루는 무엇을 해내겠어!' 라는 다짐보다는 '오늘은 어제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이라는 소극적인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자신감보다는 불안감이 앞서고 '제대로'라는 단어는 나와는 거리가 먼 단어가 되었다. 나의 실수를 의심하고 제 3자에게 확인받고 나서야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마친다. 이렇게 주어진 일을 하나, 둘 착실히 해왔다. 이 얼마나 큰 성공인가?


하지만, 주어진 것을 잘 해냈다는 그 크나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배고프다. 시키는 것만 잘해도 역할을 다 해낸 것이라는 신입사원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는 항상 욕심을 안고 살아간다.

 바로, 성장에 대한 욕심이다.


주어진 일을 보다 더 잘 해내고 싶은 욕심.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욕심.
때로는 더 멀리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갖고 싶은 욕심.
지금 것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제안하고 싶은 욕심.


<욕심>은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 이라고 한다. 단어 뜻 그대로 수많은 욕심은 그저 욕심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이루고 싶지만 이루지 못한 것이기에 항상 더 갈망하게 된다. 왜 이러한 나의 고민들이 그저 욕심으로 치부될 수 밖에 없을까?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 만으로도 바쁘다는 것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지만, 지금 당장 배운 것도 정리하지 못한 것
더 멀리 보고 싶지만, 아직 나는 전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


신입사원에게 회사생활은 정말 정신없다. 일이 주어지면 주어진 일에 대한 "왜?"라는 고민보다, 지금 당장 이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나는 이 두 단어가 상반된다고 생각한다)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가 질문이 생겨도 '찾아보고 질문을 하는 거야?' 라는 말보다 '찾아봤음에도 모르네' 라는 무능한 사람이 될까봐 두려워 질문을 쉽사리 꺼내지 못한다. 결국 이곳저곳 수소문하고, 깨지며 급하게 일을 끝내고 나서는 내가 한 일이 실패하지는 않았을까, 실수한 것은 없을까 라는 수많은 불안감에 휩싸여 2번, 3번 살펴보기 바쁘다.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지, 내가 지금 제대로 성장해나가고 있는지, 이렇게 작지만 하나 둘 해내가는 이 순간이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순간인지, 그저 시킨일만 할줄 아는 직원이 되버리는 건 아닌지, 마음 속에 수많은 질문을 가지고 있지만 쉽사리 입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이러한 고민을 제일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내 상사겠지만, 동시에 이러한 고민을 고민이 아닌 것으로 치부하기 가장 쉬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때는 다 그래~"라는 말 한 마디로 나름 통쾌한 해결책을 던져주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신입사원의 이러한 고민이 기특하다며 여러 사람들과 말을 나누고 또 그말이 나에게 "노마씨 요새도 일을 배우고 싶은 데 해내는 것만으로도 바빠죽겠어~?"라는 장난섞인 농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던가, 내가 원하는 많은 것들이 그저 욕심에 그치지 않고 나에게 '성장'이라는 열매를 가져다 주기 위해서는 '성장통'을 거쳐야 할 것이다.


 "왜?" 라는 고민보다 그저 급급하게 일을 처리하기 바쁜 월요일, 그리고 또 일주일이 되겠지만 내일도 모레도 출근이라는 것을 해낼 것이다. 키는 크지 않는 이 성장통이 어제와는 다른,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더 성장한 나를 만들어 줄 수 있기를 빌며..




* Photo by Stefan Spassov on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설렘 반, 두려움 가득. 나의 첫 직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