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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모임의 최전선에서

부제: 글모이, '글'로 만나 글로 '모'여 글로 '이'야기하는 사람들

by 하노마

결혼과 출산, 인생의 가장 큰 변화를 한 번에 겪은 2024년은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시간은 더욱더 빨리 흘러간다는 데 이 귀중한 시간들이 점점 더 빨리 흘러간다니 걱정이 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많기에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2025년을 어떻게 살지 고민했습니다.

숱한 실패에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굳건히 걸어갈 수 있었던 과거를 떠올려봅니다. 과거 속에는 순간순간의 뼈아픈 실패와 달콤한 성공도 있었지만, 잔잔하게 일상 속에 채워진 순간들이 더욱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 매일 아침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것, 지금 이 순간의 의미를 잊지 않고자 해왔던 필사, 그리고 흔들리는 순간에도 바로 서 한 발 한 발 걸어갈 수 있는 힘이 된 글쓰기까지. 결국 2025년은, 아니 앞으로의 삶은 이러한 잔잔하지만 튼튼한 것들이 늘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25년, 그중에서도 글쓰기는 어쩌다 보니 혼자만의 것이 아닌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것이 되었습니다. '글로 만나 글로 모여 글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글쓰기 모임 <글모이>는 2주에 한 번씩 글을 쓰고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내 모임입니다. 어떻게 이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모임의 절반을 지나가며 느낀 소회를 담아봤습니다.



글모이, 글로 모여 글로 이야기하는 사람들

글쓰기 모임은 생각보다 순식간에 결정되었다. <조승연의 탐구생활> 채널에서 세스 고딘(링크)은 "저항(Resistance)을 이겨내고 천재(δαίμων)가 되고 싶다면 거창할 필요가 없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독서 모임을 만들거나 열린 공간에 자신이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글을 쓰라."라고 말했는데,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일을 시작하려던 찰나 문득 저 말이 떠올랐고, 독서도 좋지만 글쓰기는 어떨까 하는 생각에 글쓰기 모임 모집 글을 올렸다.



실제 사내 게시판에 업로드한 모집글


사람이 다 모이기는 하려나 하는 걱정도 잠시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모임 인원이 모두 차다 못해 조금 오버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처음 스스로 만들어본 글쓰기 모임이 시작되었다. 그냥저냥 "카카오톡으로 글을 써서 공유해 주세요"하는 단순한 글쓰기 모임보다는 모임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앞으로도 글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모임을 조금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했다.



글쓰기의 본질, '글쓰기'가 쉬워질 수 있도록

모임원들에게는 글쓰기 모임에 들어왔다는 것부터가 큰 용기였을 것이다. 게다가 2주에 1개라는 꽤나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신청한 모임원 들이었기에(어쩌면 그들을 몰랐을지도..) 조금 더 글쓰기에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었다.


첫 번째로 글을 쓰는 매체는 물론이거니와 주제 또한 구태어 한정하지 않았다. 개인의 이야기도 좋고 리뷰도 좋고 그 어떤 이야기도 좋으니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로는 글의 독자(깐부)를 만들어주었다. 글은 쓴다는 사실도 좋지만 누군가 그것을 읽어준다고 생각했을 때 더욱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처음엔 짝꿍이라는 이름을 지었으나 재미의 요소를 더하고자 '깐부'라고 이름 지었다. 서로 깐부가 맺어지면 그 회차에는 꼭 상대방의 글을 읽고 소감을 남겨야 한다(최소한 좋아요라도!). 그리고 오프라인 모임에선 꼭 상대방의 글에 대한 소감을 말해주어야 한다.



모임의 본질, 우리만의 커뮤니티를 느낄 수 있도록

회사를 다니다 보면 늘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이에 더해 늘 쓰는 툴만 쓰며 같은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번 모임에서는 이런 환경을 조금 달리 해 새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다양한 사람이 모였으면 하는 바람은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의도치 않게 여러 조직의 사람들이 신청해 주었기 때문이다. 늘 쓰는 환경에서 벗어나 다양한 툴을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모임 소개 및 글 아카이빙은 노션에서, 그리고 소통은 회사 사내 메신저를 벗어나 슬랙을 사용하기로 했다(카톡은 모임날 점심을 정하거나, 슬랙에 주요한 공지를 올리고 알려주는 용도로 사용했다).


사실 노션을 꾸미고, 슬랙을 만드는 것부터가 문제였는데 당장 내가 이런 것들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노션은 그나마 예전에 써본 경험 덕분에 조금 쉽게 만들 수 있었지만, 슬랙은 채널을 파고 초대하는 것까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지금은 자리 잡아 어느 정도 잘 사용하고는 있으나 그래도 아직은 카톡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아 아쉽기도 하다.

글쓰기 모임 노션의 일부




즐거움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배움, 아직 채우지 못한 것들

글쓰기 모임은 2주에 한 번씩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다. 점심시간에 모여 각자 본인 글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정해진 깐부의 소감을 듣고 마지막으로 모임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말한다. 모임장인 내게 이 시간은 모임 운영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아직 모임이 채워주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된다.


자유로운 주제로 글을 쓰는 자율성도 좋지만, 가끔은 글 소재를 정해주는 콘텐츠도 필요하다. 글을 쓰는 것이 아무리 즐겁다고 한들 실제 글을 쓰며 겪는 고뇌의 순간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 보니 때로는 주제 고민을 덜어놓고,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재밌는 주제로 글을 쓰는 콘텐츠를 통해 글쓰기의 즐거움을 더 온전히 느낄 수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


글을 쓰는 환경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책 <Atomic Habits>에도 나오듯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환경에 놓이는 시간을 갖는 것, 즉 시스템이 중요하다. 글을 쓰려고 모였지만 생각보다 글쓰기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를 위해 좀 더 글쓰기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잘 쓰는 것과 많이 쓰는 것은 다르지만 결국 많이 쓰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다작을 통해 자신의 글을 알고 나면 자신이 향하고 싶은 글의 북극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북극성을 위해 잘 쓰는 방법을 고민하는 그 시점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가끔은 글쓰기 주제를 내려놓고 누군가 정해주는 재미난 글쓰기를 해보기도 하고, 정해진 시간에 다 같이 모여 서로 아무 말하지 않고 글쓰기에만 매진해 보고,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 글쓰기를 고민하며 남겨둔 이야기를 듣고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글모이>를 통해 만난 글쓰기의 순간, 자신이 만든 글과 생각, 그리고 마음이 모임원의 삶 속에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빌며..




여담이지만 원래 브런치를 공개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직에 실패한 글이 부끄럽기도 하고 이전에 써놓은 글들이 직장 동료에게 공개하기에는 사적인 것 같기도 해서요 :) 그렇지만 모임에서는 직급을 빼고 부르자는 저의 제안을 되돌아보니, 우리는 모두 회사의 타이틀은 벗어놓고 글로 만난 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숨김이나 부끄러움은 필요 없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모르지요, 브런치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

책 리뷰글만 쓴다던 모임장의 선언이 조금 부끄럽지만 절반을 지나 조금 지쳐가는 이 시점에 모임원 분들이 조금 힘을 얻어갈 수 있길 빌어봅니다.

추신. 이 글을 읽으신 <글모이> 모임원분! 이번 회차 글도 화이팅입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노마 드림.


* Main Photo by Aaron Burden in Unsplash

* Photo by Marcelo Cidrack i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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