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에서의 성숙
얼마 전 어린이날이 지난 며칠 뒤의 일이다. 아들과 함께 길을 걷고 있는데 아들의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오더니 아들에게 말을 걸었다. "oo아~! 너 어린이날 때 뭐 받았어?" 우리 아들이 채 답변을 하기도 전에 친구는 자신이 받은 장난감 총을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 이어서 또 "너는 용돈 얼마 받아?"라고 묻고는 이번에도 답하기 전에 "나는 한 달에 20만 원 받는다"라고 답하며 자신의 부모님은 사달라는 것은 다 사준다며 우리 앞에서 자랑을 늘어놓았다. 우리 아들은 그 친구의 말에 무척 놀랬고,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그 친구와 헤어지고 길을 걸으면서 아들에게 물었다. "oo아 괜찮아? 부럽지 않아?" 부럽다며 떼를 쓰고, 자신도 용돈을 더 올려 달라고 요청을 할 줄 알았던 아들이 괜찮다며 말하기를 "걔는 부모님이 사준 거잖아. 하지만 나는 내가 열심히 돈 모아서 산 거니까 괜찮아!". 적잖게 놀랐다. 초등학교 4학년인데, 이 정도의 생각이 정립되어 있다는 것에 대견스러웠다.
지난 어린이날 나는 아들에게 별도의 선물을 주지 않고, 다만 3만 원의 현금을 주었다. 아들이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몇 달 동안 돈을 모으고 있었기에 아들 역시도 돈으로 받기를 원했다. 그래서 아들은 내가 준 3만 원과 몇 달 동안 먹을 것 사 먹지 않고 열심히 모은 용돈, 그리고 집안일을 해서 번 돈으로 총 12만 원 정도를 마련하여 그토록 사고 싶어 했던 레고를 샀다.
나는 아들에게 말해주었다. "oo아 네가 말한 것처럼 내가 뭘 가졌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그것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한 거야. 그냥 원하는 대로 다 생기면 그런 능력은 자라나지 않아. 너는 네 힘으로 돈을 모아서 원하던 것을 샀잖아. 그 과정에서 돈의 소중함도 배우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참고 견디는 것도 배운 거야."
잠시 스쳐 지나간 경험을 통해 아들에게 건넨 말이었지만, 되레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되었다. 나는 지금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태도로 삶을 마주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있을까? 결국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지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갖추었느냐',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느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