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에서의 성숙
인격의 성숙을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은 자신의 세계를 더욱 확장시켜 나가는 것과도 같다. 기존에 구축해 두었던 자신만의 세계의 벽을 허물고 차츰차츰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확장은 기존의 자신을 부정하고 무너뜨리는 고통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그렇기에 성숙의 과정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전 자기부정의 고통을 감내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어떤 것이 준비되어야 할까? 자기부정의 고통을 겪어도 그것으로 무너져 내리지 않을 수 있는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무거운 중량의 기구를 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마찬가지로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이라는 준비운동이 충분하지 않은 채 성숙의 과정에 뛰어들면 극단적인 자기 비난과 자기 비하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
특히 오랜 기간 부정적인 피드백에 노출되어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것과 관계없이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람은 각자가 가진 특성,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누구나 존재 그 자체로 가치 있다.
2001년 1월 26일,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한 일본인이 술에 취하여 선로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상황을 목격했던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 씨는 그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선로로 뛰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그만 목숨을 잃게 되었다. 일면식조차 없고, 심지어 같은 나라 사람도 아닌데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함으로써 그가 얻게 되는 보상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그렇게 곤경에 처한 이를 돕기 위해 나선 것에는 다른 이유가 전혀 없다. 그저 사람이라는 이유 단 하나 때문이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국악 동요 '모두 다 꽃이야'의 가사는 이런 사람의 가치를 노래한다. 어떠한 조건이 갖추어져서가 아닌 사람이라는 그 자체로 존재 가치가 있음을 노래하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이러한 사람의 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현실을 마주할 때가 더러 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쉽게 잊어버린다.
하지만 기억하자.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느낌과 상관없이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야 성숙의 길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