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의 적정거리: ‘지금-여기’를 사는 법

내면에서의 성숙

by 노샘

‘Here & Now(지금 여기)’라는 말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러한 용어가 대중적으로 쓰인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지금 여기’에 집중이 안된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면, 도대체 어디에 집중하고 있기에 ‘지금 여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일까?



‘지금-여기’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어 온 영역은 심리상담에서이다. 이 용어는 심리학 이론 중 게슈탈트 심리학에서 비롯된 것인데, 20세기 중반 정신과 의사이자 치료사였던 프리츠 펄스에 의해서 개념화되고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게슈탈트(Gestalt)‘는 독일어로 ’ 전체‘, ’ 형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치료는 단순히 과거 회상만 아니라 과거가 지금 이 순간 어떻게 느껴지고 경험되는지 그 전체(게슈탈트)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즉, ‘Here & Now’는 과거에만 너무 매달려 있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자는 의미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그러면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이 용어는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을까? 여전히 이 용어가 주는 함의와 중요성은 변함이 없지만, 지금 이 시대에서 쓰이는 맥락이 조금은 다른 것 같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전만큼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염려 속에서 쉬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여기’라는 용어가 과거에는 과거에서 현재로 데려오기 위한 말이었다면, 지금은 미래에서 현재로 데려오기 위한 용어로써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들이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것이 곧 과거와의 온전한 화해를 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 과거의 경험들을 충분히 잘 다루고 해결하고 미래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회피적인 반응으로 미래에 몰두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미래에 대한 집착은 훨씬 더 심하고, 미래로부터 현재로 초점을 옮기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지금-여기’에 머무른다는 것은 과거로부터도, 미래로부터도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멀게 하지만 적정 거리를 잘 유지하면서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삶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내가 최근에 경험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자면, 기본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여유가 부족하고 조급함이 많다. 하루의 일과를 나열해 보면 직장 퇴근 후 아이들 저녁 식사 준비를 이따금씩 하고,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의 공부를 챙겨줘야 하고, 운동을 해야 하고, 성경 말씀도 읽어야 하고, 또 지금 쓰고 있는 글들을 출간하기 위한 작업과 대학 강의 준비까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그렇게 꽉 무언가 해야 할 일로 꽉 들어차 있으니 계속해서 조바심이 난다. 하나라도 늦어지면, 그 이후에 일들이 다 늦어지니 계속해서 서두르게 된다. 결국 짧은 미래의 해야 할 여러 과업들에 집중느라 ‘지금-여기’를 온전히 살고 있지 못한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내가 이렇게까지 악착 같이 뭔가를 열심히 하는 이면에는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과거 어린 시절 무엇하나 특출 나거나 뛰어난 것이 있기는커녕 오히려 눈치도 없고 재능도 없고, 뭔가를 꾸준히 해나갈 만한 끈기도 없었기에 늘 엄마 친구 아들과의 비교에서 처참한 평가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나의 이 과도한 열심에는 한편으로 과거로부터의 결핍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



이런 나에게 ‘지금-여기’에 집중한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과거의 내가 받았던 부정적 피드백이 곧 나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깊이 깨닫는 것, 그리고 지금 여러 가지 해야 할 과업들 앞에서 지나치게 무리하면서 그것을 달성하고, 그로부터 인정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깊이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조금 더 현재에 여유를 가지고 집중하고자 애쓰는 것, 이것이 바로 과거로부터도 미래로부터도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여전히 이것은 나에게 숙제이다. 잘 되지 않는다. 순간순간 조급병이 찾아와서 그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아내가, 때로는 아이들이 받기도 한다. 그래서 내 일기장에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의 기록이 참 많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여기’를 살고 있지 못한 내 모습을 계속 의식하다 보니, 미안함의 기록이 조금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괜찮다. 좀 늦어도 된다’. 조바심이 올라올 때마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말이자, 내가 지금-여기를 살도록 일깨워 주는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어떤 메시지가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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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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