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의 성숙
자전거를 도난 당했다. 늘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데, 출장으로 차를 사용하게 되어 자전거를 두고 간 그날 자전거가 사라졌다. 평소 채우지도 않던 자물쇠를 그날 따라 유독 채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물쇠까지도 채워두었는데 자전거가 사라졌다.
가장 먼저 자전거 도난 사실을 인지하고 알려준 것은 아내였다. 아내의 '자전거 없던데?'라는 말과 함게 아내는 나에게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평소에 내가 자전거 자물쇠를 잠궈두지 않는 것에 대해 '그것 보라며, 그러니까 그런 일이 생기지'라며 나를 나무라는 것이다. 그날은 자물쇠를 채웠다고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전거를 찾으러 나섰고 집 주변의 인근 아파트 단지를 모두 돌면서 자전거 보관대를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다음 날 CCTV를 확인해야 겠다 싶어 아내에게 관리사무소에 가서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나는 관리사무소가 여는 시간에 출근을 해야했다). 잠시 후 아내에게 전화가 와서 범인이 CCTV에 찍혔다고 한다. 오전 9시 20분쯤 한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 촬영된 것이다. 하지만 영상을 보여줄 수는 없어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아내와의 전화를 끊고 바로 112에 신고하여 상황을 설명하니 도난당한 현장으로 오라고 하기에 지금은 갈 수 없어 퇴근 후에 가기로 했다. 어쩌면 자전거를 찾을 수도 있겠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서 기다리던 중 아내가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경찰에 신고했냐며 허겁지겁 물었다. 그래서 당연히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렸더니 빨리 경찰에 신고 취소를 하라는 것이다. 왜 그러냐 물으니, CCTV에 찍힌 자전거를 훔쳐 타고 달아난 여성이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충격!!
아내가 그날 오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 있어 버스 정류장까지 자전거를 타고서는 그 사실을 새카맣게 잊은 것이다. 바쁜 일정을 보내느라 자신이 자전거를 탔다는 사실 조차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평소에 내가 자물쇠를 채우지 않는 것에만 집중한 나머지 이 우스운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어찌하여 너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태복음 7장 3절)'. 우리 속담에도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 '등잔 밑이 어둡다' 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마치 나는 절대로 실수하지 않을 것처럼 구는 것, 나에 대한 확신을 넘어선 과신과 상대에 대한 단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은지 늘 경계하고 주의해야 한다.
한동안 우리 가족 내에서 나는 아내를 향해, 아이들은 엄마를 향해 '범인!'이라고 놀리며, 장난을 쳤는데, 이 해프닝을 통해 우리 가족 모두 '확신이 과신이 되어선 안되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내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