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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by 김 정

모르는데, 아는 사람


아침에 집을 나서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새벽 배송을 하는 사람, 신문을 배달하는 사람, 운동 삼아 동네를 걷는 어르신들.
나는 그들을 알지 못하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서로의 하루를 스치며 시작한다.


지하철역에서도 비슷하다.
내가 들어설 때 반대로 나오는 사람, 늘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서 마주치는 얼굴들.
우리는 모르는 사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동행처럼 느껴진다.


회사 건물 안에서도 그렇다.
엘리베이터에서, 복도에서 자주 마주치는 얼굴들.
말 한마디 나눈 적 없지만, 어느새 익숙하게 다가오는 표정들이다.
내가 그들을 기억하듯, 그들 역시 나를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은 그들의 부재가 마음을 건드리기도 한다.
늘 보이던 사람이 한동안 보이지 않으면 괜히 궁금해진다.
한때는 체격이 제법 있던 사람이 어느 날 홀쭉해진 모습으로 나타나면 놀람과 묘한 안도감이 느껴진다.

“다이어트를 무리하게 한 걸까?”“몸이 어디 안 좋은 건 아닐까?”
혼자 상상해보지만, 나와 상관없는 일임에도 마음이 쓰인다.

그럼에도 나는 먼저 말을 건 적이 없다.
눈인사조차 어색해, 늘 모르는 사람인 척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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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을 자주 스치는 사람들.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루하루는 이런 ‘모르는데 아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이들만이 아니라,
길에서 스치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삶의 배경이 되어준다.

겉으론 무관심해 보여도, 그들이 있기에 하루가 익숙하게 이어진다.
모르는데도, 이미 아는 것만 같은 사람들

.

인연이라 부르기엔 멀고, 스쳐 지나기엔 너무 가까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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