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퇴근 후 아파트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뒤에서 낯선 중년의 남자가 조용히 인사를 건네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서로 누군지 모르고,
얼굴을 몇 번 마주쳐도 어색한 이웃일 뿐인데,
그는 먼저 인사를 건넨 몇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살짝 숙여 목례로
답했습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저와 그 낯선 이웃은 함께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그 낯선 이웃의 바지 끝자락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귀뚜라미.
순간 망설이다가, 그래도 먼저 인사까지 건넨 이웃인데 예의상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저기… 바지에 귀뚜라미가 붙어 있어요."
그는 흠칫 놀라더니 아래를 보곤,
"어? 귀뚜라미네?"
하고는 손으로 툭 치거나 떼어내지도 않고
엉거주춤하게 다리를 털듯이 귀뚜라미를 떨쳐내려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귀뚜라미는 쉽게 떨어지질 않았고,
떨어졌다가 다시 붙기를 반복했습니다.
그 짧은 몇 초가 참 길게 느껴졌습니다.
마침 그 이웃의 층에 도착했고, 그는 서둘러 내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바닥으로 떨어진 귀뚜라미가 다시 그를 따라 엘리베이터 문밖으로 따라 나가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는 자신에게 다시 붙으려는
귀뚜라미를
발빠르게 발끝으로 누르며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빠르게 밀어 넣고
다급히 자기 집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조용한 엘리베이터 안의 남은 나와… 귀뚜라미.
처음엔 웃음이 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묘하게 씁쓸했습니다.
분명 먼저 인사를 건넨 이웃이었고,
그 인사 한 마디에 마음의 벽이 슬쩍 열렸던
것도 사실인데,
결국 자신에게 불편한 건 남에게 떠넘기고 가버리는
모습에서
작은 일이었지만, 작은 일일수록 사람의 본심이 들어난다는 말이
생각나며,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말이 아니라, 마지막 행동으로 기억된다.”
아무것도 아닌, 그저 그런 일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이런 날, 이런 순간이 괜히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있는거 같아 공유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