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김 없는 흔들림

by 김 정

강아지의 꼬리를 따라가다 보면
세상에 꼬리가 이토록 솔직한 언어일까 싶다
녀석들에게 마음은 감추는 것이 아니라, 흔드는 것이다.


반가우면 꼬리가 몸보다 먼저 흔들리고,
경계할 땐 바닥을 쓸 듯 낮아지며,
불안이 몰려오면 체면 따위는 잊은 채
뒷다리 사이로 숨어버린다.


아무 일 없는 척 앉아 있어도 소용없다.
뒤쪽에서는 이미 마음이 부산하다.
강아지에게 비밀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꼬리가 이미 다 말해주고 있으니까.


가끔은 그 쾌활한 투명함이 조금 부럽다.
말이 필요 없는 상태.
아니, 말보다 먼저 도착해버리는 그 확실한 진심.


그 꼬리를 보며 생각해 본다.
마음이란 아무리 감추어도,
언제든 끝내 들키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에 비하면 인간은 고단한 진화를 거친 것 같다.
우리는 꼬리를 잃는 대신 정교한 말을 얻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라기보다,
튀지 않기 위해, 맞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모난 감정의 모서리를 깎아내고
표정의 각을 둥글게 만드는 법을
꽤 일찍부터 익혀온 것은 아닐까.


강아지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꼬리가 있다면,
인간에게는 그 감정을 감추는 말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능숙하게 쓰는 말은 아마 괜찮아일 것이다.
괜찮아.
참 유능한 말이다.


상대를 안심시키는 방패가 되기도 하고,
아직 덜 아문 마음 위에 급히 덮는 포장지가 되기도 한다.
덕분에 잠시 그 방패 뒤에 숨을 수 있지만
그만큼 투명함은 조용히 사라진다.


이 말이 필요한 이유를, 나는 알고 있다.
사회는 날것의 솔직함보다
둥근 말을 더 자주 요구하니까.


감정은 줄이고, 설명은 생략하고,
표정은 적당히 다듬는 법을
우리는 그렇게 배워왔다.


괜찮다는 말이 쌓일수록
관계는 무난하게 이어진다.


그러나 괜찮다는 말로 겹겹이 포장을 둘러도
내면은 끝내 정직하게 배신을 모의한다.


괜찮다는 대답보다 눈빛이 먼저 흐려지고,
아무렇지 않은 미소 끝에서
입꼬리가 잠깐, 아주 잠깐 떨린다.


말은 꾸밀 수 있어도
새어나오는 표정이라는 꼬리는
끝내 진심을 실토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숨기려 했지만 끝내 드러난 마음 덕분에
서로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순간.
그 서툰 틈새를 통해
마음은 서로에게 닿는다.


말은 겉을 감싸지만,
마음은 꼬리가 전하는 진심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그 마음은
말보다 먼저 도착한다.


결국, 그 순간 드러나는 표정과 떨림이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일지도 모른다.


말 대신,
꼬리가 전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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