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신하가 임금에게,제자가 스승에게
삶의 사정을 아뢰던 말이 있었다.
지금을 곧장 내어놓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
이미 지나간 일처럼 전하는 방식.
뜨거운 말은 잠시 식혀 건네고,
너무 서늘한 말은 조금 덥혀 내어,
상처가 되지 않는 거리에서
마음을 전하던 전언의 형식,하소서체.
그 끝에 남겨진 흔적이 하더이다였다
명절의 상에는
음식보다 먼저
사람의 삶이 오르더이다.
시작하였다 하더이다, 잘되었다 하더이다 .
힘들었으나 그래도 다 지나왔다 하더이다 .
그러나 이 전언의 순간에도
서로의 마음에는 작은 흔들림이 남아 있더이다.
그 소란한 안부의 자리마다
갈등은 기어이 층을 이루며 스며들더이다.
제때 거들지 못한 손,
엇갈린 말과 눈짓,
누군가의 농담에
옅게 상한 마음들.
날카로운 감정이 스칠 때
누군가 멀찍이 떨어져 그 마음을 읊조리더이다.
그럴 만하였다 하더이다.
그리 지나갈 일이었더이다.
말끝의 거리 덕분에
뜨거움은 식고,
날것의 감정은
상 위에 남지 않더이다.
한 사람의 성취가
다른 이의 결핍을 찌르는 가시가 되지 않도록,
한 사람의 허기가
타인의 몫으로 남겨지는 무게가 되지 않도록,
감정이 서로의 살에 닿기 전에,
말은 한 번 식혀 건네지더이다.
지금을 지금이라 부르지 않고,
멀어진 풍경처럼 정제해 전하더이다.
말끝에 하더이다를 더하지는 않았으되,
서로를 다치지 않게 하려는 마음만은
여전히 그 언어의 온도에 머물러 있더이다.
말이 지나간 자리에서야 알게 된다.
곧장 쏟아냈더라면
닿기 전에 상처가 되고
머물기 전에 멀어졌을 마음들이
한 번 고른 말로 건네졌을 때에야
서로의 곁에 머물 수 있었다는 것을.
정제된 말은
감정을 덜어내는 차가운 칼날이 아니라,
함께 나눌 수 있을 만큼
온도를 고르고 다듬는 일임을.
말은 더이상 하더이다로 맺어지지 않으나,
말을 고르고 식히던 그 다정한 수고는
관계의 선 위에서 서로를 지키는 단정한 예의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