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닿지 않는 세계

by 김 정

어둠 속에 웅크린 어미 개가 새끼를 낳았다.


눅진한 어둠을 뚫고, 젖은 생명들이
한 덩어리의 숨처럼 꿈틀거렸다.


지켜보던 손길은 숫자와 함께 그들을 바구니에 담았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그 낯선 생동 사이로 비정한 장면 하나가 박힌다.
어미의 코끝이 닿지 않는 곳으로 밀려난 작은 몸 하나.
제 배 속에서 나간 생명을 마치 제 것이 아닌 것처럼
무심하게 밀어내는 어미.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딘가 연결이 끊어진 순간 같았다.


셈으로 안심을 구하는 인간과 달리,
숫자를 모르는 어미는 무엇으로 제 새끼를 알아차릴까.


분주한 손길이 숫자를 붙이고,
바구니가 채워질 때
셈의 안도는 그제야 완성된다.
그러나 숨을 고르는 어미의 눈망울에는
숫자가 아니라
코끝에 닿는 눅눅한 숨이 담겨 있다.


어미에게 새끼는 셈으로 나뉘는 존재가 아니라
체온과 체취, 살결의 떨림이 겹쳐진
뜨거운 양감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새끼마다 미세하게 다른 페로몬의 결,
저마다의 울음이 가진 고유한 주파수.
어미는 그 신호들이 감각의 회로에 각인될 때에만
그 존재를 제 생명으로 받아들인다.


어미에게는,
끝내 품지 못한 한 조각이 남는다.


감각이 닿지 않는 순간,
그 생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비정함이 아니다.


셈의 세계는
상실의 순간 결핍을 계산한다.
그러나 숫자가 닿지 않는 어미에게
상실은 온기의 단절이다.


바구니의 빈자리는
누락 없이 확인되지만,
감각의 주파수가 닿지 않는 한 조각의 부재는
끝내 알아차리지 못하는 슬픔으로 남는다.


숫자는 존재를 요약하고
완전한 소유의 감각을 허락했지만,


그 대가로
존재를 각인하던 감각의 예민한 날을
무디게 만든 것은 아닐까.


숫자가 닿지 않는 곳,
헤아림이 멈춘 그 자리에는
이름 붙이지 못해 놓쳐온 결들이
아직 뜨거운 양감으로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곁에 머물러 있는 너무 가까운 이들


곁에 있으면서도
끝내 읽히지 못한 감정들이 있었습니다.


너무 가까워서
지나쳐 온 기척들입니다.


슬픔을 눈물의 양으로,
기쁨을 말의 분량으로
가늠해 온 사이


말이 되지 못한 흐느낌과
괜찮다는 말 뒤의 그늘은
곁에 머물러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제 새끼의 주파수를 놓쳐버린 어미보다
더 지독한 감각의 빈곤 속에
머물러 있었던 건 아닌지


기능은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감각들.


말이 닫히면
마음도 닫힌 것으로 여겨왔고,


그 사이
감지되지 못한 떨림들이
곁을 스쳐 지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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