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
깍두기는 소리로 먼저 온다.
단단한 무가 터지고, 칼칼함 뒤로 단맛이 번진다.
기름기 도는 국물을 밀어내는 시큼한 힘.
접시에 남은 국물을 한술 떠먹고 나서야 밥상이 고요해진다.
그 개운한 기척은 어느새 식탁을 넘어
오래전 골목으로 번져간다.
배추김치가 밥상의 얼굴이라면,
깍두기는 늘 그 곁이었다.
남은 무를 깍둑썰어 버무린 소박한 반찬.
화려하진 않아도 빠지지 않았고,
특별하지 않아도 늘 제자리에 있었다.
김장을 마친 부엌에서
어머니는 도마 위에 무를 올려놓고 힘주어 썰었다.
툭툭 잘려 나간 조각들은 네모반듯해 보였지만
모서리는 저마다 달랐다.
큰 대야에서 무를 버무릴 때,
고춧가루에 물들기 전
어머니 손가락 사이로 하얀 조각들이 삐져나왔다.
어린 눈에는 그것이 하얀 주사위처럼 보였다.
몇 개를 몰래 집어 바닥에 굴려보던 기억.
또각 멈춘 조각을 입에 넣으면 아삭 터졌다.
그 네모난 조각은 이상하게도 늘 하나쯤 남아 있었다.
밥상 한켠에서, 혹은 도마 끝에서.
주인공은 아니지만 빠지지도 않는 자리.
골목에도 그런 자리가 있었다.
아이들이 몰려 뛰놀던 오후,
형은 동생의 손을 잡은 채 공터로 나왔다.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얘, 깍두기로 붙여줘.
그 자리는 가벼웠다.
골을 넣어도 소리가 크지 않았고,
실수해도 판이 뒤집히지 않았다.
정식 선수는 아니었지만 구경꾼도 아니었다.
뛰긴 뛰되 부담은 없는 자리.
그 아이가 끼어들면 경기는 조금 느려졌다.
패스는 몇 번 빗나갔고, 규칙은 슬쩍 느슨해졌다.
대신 울면서 집에 돌아가는 아이는 없었다.
형은 숨을 고를 틈을 얻었고,
동생은 어깨를 펴고 공을 쫓았다.
승패는 또렷하지 않았지만
해가 질 때까지 판은 이어졌다.
요즘 운동장에는 선이 또렷하다.
편이 먼저 갈리고, 자리는 금세 채워진다.
머뭇거리는 아이는 오래 서 있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문득 떠오른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오후.
조금 늦어도 기다려주던 판.
누군가를 들이기 위해
규칙을 잠시 접어두던 손.
깍두기는 중심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빈칸도 아니었다.
국물 가장자리에 남아 있던 작은 조각처럼.
아이들은 골목에서 좀처럼 흩어지지 않았다.
어둑해질 때까지 이어진 발자국들.
저녁 밥상 어딘가에서
네모난 조각이 꼭꼭 씹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