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언저리마다 너를 남기고

겨울을 보내는 송가

by 김 정

보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머뭇거리는 순간이 있다.
차가웠던 기억일수록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겨울이 그렇다.


견디기 힘들 만큼 매서웠으면서도
떠날 채비를 하는 순간에는
가장 많은 얼굴을 남긴 채 돌아본다.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사람들은 자주 모였고,
말이 길어지지 않아도
어깨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연말의 불빛과 크리스마스의 등불은
추위를 밀어내기보다는
서로의 얼굴을 밝히기 위해 켜진 듯했다.


차가운 공기가 먼저 손에 닿아야
찻잔의 온기가 분명해지듯,
겨울은 차가울수록
사람들을 서로에게 밀어 넣었다.


하루는 늘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건너갔다.




너를 보내고


먼 산 언저리마다
너를 남긴 채 돌아서려 한다.



윤도현의 〈너를 보내고〉
사랑을 떠나보내는 노래라기보다
함께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겨울에게 건네는
작별의 인사처럼 들린다.


보내는 것은 달라도
이별의 결은 닮아 있고,
돌아선 자리엔
늘 한기처럼 남는 것이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추위 속에서
봄의 문턱을 넘어서기 전,
남은 한기를 털어내듯
한 번의 깊은 숨을 고른다.


그 고요한 숨 끝에서
새해는 시작된다.


겨울 끝자락에서.


기대는 아직 얼어 있고,
소망은 눈 아래 묻혀 있지만
알고 있다.
이 계절을 지나지 않고는
봄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추위 속에서 배운 온기를
충분히 품은 채로
봄으로 옮겨갈 수 있기를.


보내는 일에 익숙해진 뒤에야
다시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계절이 남긴 시린 뒷모습에서
끝내 배울 수 있기를.


겨울은 머물 만큼 머문 뒤에 떠나간다.
그래야 다시 시작되는 것들이
기다림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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