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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Mar 04. 2017

생각의 융합

인문학은 어떻게 콜럼버스와 이순신을 만나게 했을까

[책을 만나다]

가끔 무엇을 읽을까? 라는 고민에 빠진다. 읽을 책에 대한 목표와 지향점을 잃어버렸을 때 살짝 방황한다. 그 방황을 넘어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을 때 첫 연애의 설렘만큼 기대감을 갖게 된다. [생각의 융합]이 나에게 설렘과 기대감을 준 책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 '인문학은 어떻게 콜럼버스와 이순신을 만나게 했을까'라는 부제에 마음이 이끌렸다. 콜럼버스와 이순신을 어떻게 연계시켰을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동양과 서양의 대표적 인물의 만남이라는 것이 시선을 끌게 만들었다.


작가는 시공간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생각의 점을 이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융합이라는 이름하에 말이다. 콜럼버스와 이순신의 만남을 있게 하는 출발점은 1453년 동로마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에 의해 함락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동서양을 잇는 유일한 통로의 길, 즉 실크로드의 길이 막히게 되었다. 카톨릭과 이슬람의 종교적 대립과 분쟁에 의해 화해와 공존과 공생의 개념에서, 전쟁도 불사하는 단절의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새로운 길을 바다를 통해서 찾게 되었다.


바스코 다 가마가 희망봉을 찾은 것을 시작으로,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게 된다. 아메리카에서의 엄청난 은의 채굴을 계기로 대규모 상선들이 새로운 시장인 중국과 무역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포르투갈인 선박을 만나게 되고, 유럽의 무기인 조총을 받아들이고 기술을 발전시키게 되었다. 그 조총이 신병기가 되어 일본 내부를 통일하게 했다. 이후 국내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조선을 침략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1592년에 벌어진 임진왜란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1492년)하고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100년이라는 시간 차이의 경계를 없애고 콜럼버스와 이순신을 만나게 했다. 

즉 임진왜란의 발생 배경은, 동로마의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된 것이 시작점이라 말한다. 육로(실크로드)가 막혀서 해로를 찾아 나서면서, 점이 선이되고 선이 면이되어 동서양의 대표적 인물의 만남을 이끌었다. 이런 작은 생각의 점을 이어서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것이 인문학적 발견이다.

 

[다름과 차이가 새로움으로]

머리말에 '인문학적 융합만이 살 길이다'라며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상상력이 기반이 된 '창조, 혁신, 융합'의 방식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어떤 하나의 개체로만 존재하는 프레임이 아니라 다중적인 개체들이 모여서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패러다임의 전환 시기이다. 이 새로움이 결국은 융합이라는 단어로 우리를 부르고 있다.


이 책은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고 그림과 그림을 만나게 한다. 그리고 질문을 통해서 인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특히 역사의 이야기들을 배경으로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오늘까지 전해져 오는 특별한 인물과 단어의 의미들을 페이지 안쪽을 활용해 자세한 부연설명을 곁들었다. 다른 책들과의 차별성이 부각되기도 했지만, 단어와 시대적 의미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든다면, 왜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색이 오렌지 색이고 오렌지 군단이라고 불리는 가에 대한 의문점의 해소이다. 에스파냐의 지배를 받던 네덜란드를 독립전쟁의 승리로 이끈 핵심 인물이 '오라녜(Oranje) 공 빌립 1세'였다. 그 오라녜의 발음이 영어의 오렌지와 비슷하기에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색이 되었고 오라녜를 기억하고 그가 싸운 자유의 가치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오렌지 군단'의 색깔이 된 것이다. 누군가가 이름 지어 불려주는 대로 의미와 이해 없이 따라 부르면 되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이름의 의미를 안다면 그 대상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게 되는 것을 오라녜 공의 이야기를 통해 경험하게 된다.


[접점들이 불꽃처럼 타오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사람의 만남처럼 새로운 만남의 이야기들이 넘치게 된다. 점이 또 다른 점을 만나 선이 되고 그 선이 또 다른 선을 만나 면이 되면서 새로운 형체의 물체가 되고 그 물체에 생명력을 부여하려 부단히 힘쓰고 노력한다. 그것이 4차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세계로 깊숙이 끌어들이게 될 것이다. 이런 만남에는 상반되지만 불꽃처럼 타오로는 접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 접점들이 새로운 사고로 이어져 거대한 생각의 융합으로 거듭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점점 세상은 혼자서 정보를 독점하는 1인 정보 권력의 독점시대로 가고 있다고 하지만, 거기에는 한계와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다. 일정 부분 선도해 나갈 수는 있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어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문학적 사고를 하고
더 나은 기술개발을 하는 이유는
풍요롭고 화려한 세상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함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임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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