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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Jul 30. 2017

호킹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내 마음의 풍경]

창 밖의 풍경은 부슬부슬 잔잔하다. 하지만 시원스럽게 내리는 빗방울의 톡톡 튀는 울림이 좋다.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물방울 튀는 모습으로 뽐내고 조용히 물의 공동체 속으로 스며들어 간다. 자신의 역할이 여기까지임을 아는 것만 같아 서글프 진다. 스스로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안다는 것은 기쁨이면서 큰 슬픔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질문하며 숨겨 놓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고 한다. 그 판도라의 상자를 찾고 여는 것까지는 기쁨이지만 열고 나면 큰 슬픔이 되어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마냥 열려고 하는 것은 호기심이라는 욕망을 우리에게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 영화 - 호킹을 보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영화가 아래의 "호킹"이라는 영화이다.

[ 영화 - 호킹의 한 장면 ]

우연히 도서관에서 상영하는 "호킹"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주인공 스티븐 호킹은 젊은 시절 그에게 주어진 짧은 그 한순간의 시간을 강렬한 물방울이 튀는 울림으로 세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뇌의 기능 일부가 죽으면서 근육에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는 병, 일명 루게릭병에 걸려서 서서히 마비되어 가는 그의 육신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의 몸은 병들고 굳어갔지만 그의 꿈과 그의 뇌는 병들지 않고 더더욱 찬란하게 뽐내고 있다. 몸은 뇌를 움직이는 단순한 도구에 불가하다는 것을 그의 삶에서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를 느끼려면 이 영화를 권해보고 싶다. 자신을 끝까지 지켜 준 제인을 통해 세 자녀를 두었다는 것도 자신의 병을 알면서도 함께 인생의 반려자가 되기를 희망했다는 것도 빅뱅 이론을 넘어 사랑의 이론을 몸소 실천하며 넘어섰다는 것에 감동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너무나 잔잔하다. 배우(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는 실감 났지만 그의 인생을 어렴풋이 알기에 반전의 묘미와 극적 재미를 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듯하다. 생존해 있는 사람의 생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이지만 영화를 통해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관객이 받고 싶은 감동의 메시지는 평행선처럼 가까이 교차하지 못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역경을 이겨 낸 지고지순한 제인과의 사랑을 표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것처럼 현실세계에서는 결국 헤어지고 각자의 삶을 다시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끝이 없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듯이 사랑에도 끝이 없다. 끝나 봐야 아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남기게 된다. 그래서 생존해 있는 사람의 생을 논할 때는 좀 더 깊이 있는 그의 인생에 대해 성찰해 봐야 할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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