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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Jul 30. 2017

대통령의 글쓰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

[연설문]

대통령은 어떤 글을 쓸까?

케이블 방송을 통해서 저자를 먼저 접하게 되었다. 대통령 연설비서관으로서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모습을 보며 존경하는 두 분 대통령의 연설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연설문이라는 것은 대중에게 말하기 위한 도구이다. 대통령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기에 말에서 무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 어떤 특정 사안에 대한 것이든 국정전반에 대한 철학적인 것이든 깊숙이 담아내어 말해야 한다. 말을 뱉고 난 이후의 파장까지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며 때로는 정치적인 목적을 담고 가야 할 때도 많을 것이다. 


국정철학을 담은 말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연설문이고 준비하는 사람이 연설비서관이다.

[대통령의 글쓰기 - 강원국]


[책 속으로..]

하지만 두 분의 대통령은 자신만의 글 쓰는 내공이 대단하신 분들이다. 그래서 때로는 글쓰기를 위한 기본방향에 대한 교육도 하시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하시기도 하셨다. 대부분 글 쓰는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입체화해서 독자들에게 어필하려고 한다. 하지만 연설비서관은 자신의 생각이 아닌 대통령의 생각을 담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생각과 의중을 깊이 있게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좋아하는 문구와 어투도 고려해야 한다. 즉 자기중심적인 글이 아니라 대통령의 생각과 입에 맞추는 글이어야 한다.

같은 사안도 낯선 눈으로 보면 새롭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 말대로 '참된 발견은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p-119)

이 새로운 눈으로 자신만의 사상을 담아야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고 리더라면 누구나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다른 방향으로 전개해 나갈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고 갈 수 있는 쉬운 길만을 고집한다면 공리주의에 근거해서 많은 대중이 원하는 것만 추구하면 될 뿐이다. 국정운영에 대한 철학도 미래에 대한 비전도 집요한 의문과 호기심도 내려놓고 만인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추구한다면 짧은 5년의 집권 기간에 큰 사고만 없기를 바라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두 분의 대통령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기에 연설비서관들이 써 주는 연설문에 집요하리만큼 많은 칼질을 하게 된다. 자신의 사상이 녹아들어가 있지 않고 때로는 전달하고자 하는 강한 억양의 표현이 필요한데 너무 대중적인 무난한 글들은 그들의 칼 끝에 무더 지고 만다. 시퍼른 칼 날의 공포를 연설비서관들은 속 쓰림과 초췌함이 동반된 날 밤새며 쥐어짜 낸 새 글들로 새롭게 채워졌다. 작가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는 선물을 받았지만 수정하고 수정한 글들에 의사 표시만 해줘도 만족하고 즐거워했다. 아마도 작가가 글을 쓰고 최종 탈고하는 과정의 인내와 고통이 짧은 시간에 동반된 것이라 생각된다.


[책을 읽고 비판하다..]

제목처럼 대통령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로만 국한한다고 해도 아쉬움의 여운은 많이 남겨진다. 쉽게 읽히고, 두 분 대통령의 글쓰기에 대한 철학은 엿볼 수는 있지만 깊이 있는 통찰을 할 내용은 희박하다. 책이란 읽고 생각하며 깊은 사색을 통해서 대화와 토론을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책에선 지적 욕구를 자극할 만한 깊이가 부족하다. 넓고 깊은 생각을 갖고 다가서고 싶었지만 단순하게 받아 들어지는 수준으로만 그치고 말았다.


글은 단순 명료해야 하지만, 생각은 깊게 만들어줘야 한다. 글쓰기를 위한 목적으로 책을 구매했다면 아쉬울 것 같다. 다른 책들에 비해 별다른 특출 난 것이 없기에 글쓰기의 목적에는 크게 부합되지 않는다. 하지만 두 분 대통령의 일상 속에서의 글과 표현에 대한 애정만큼은 글 속에서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그리운 사람에게 그립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하지만 이 그리움의 깊이를 단어 하나로 표현하려니 세상을 쪽 창문 하나로 보는 듯해서 긴 아쉬움만 남겨진다.

그래도 보고 싶고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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