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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Jul 28. 2018

쓴다는 것은...

쓴다는 것은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할까? 도대체 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스스로가 스스로를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내 몸의 주체는 나인데 내 마음속 울림을 모른다. 무엇을 원하는지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다 접고 만다. 그래서 쓴다는 것이 중요하다. 쓰게 되면 표현하게 된다. 표현하게 되면 내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내 안에서 나에게 얘기하려는 의미를 어슴푸레하게라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다중인격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행동들이 한 가지만으로 고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들이 내 안에서 서로 충돌한다. 그 충돌이 동서양의 사고,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고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논쟁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던 숨죽이고 고독하게 사는 것보다는 낫다.


세상과 삶은 부딪히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모난 돌이 부딪히며 모서리가 깎이고 매끄러워지는 것처럼 삶도 부딪히면서 모난 성격이 닳아 옅어지고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삶처럼 글도 쓰면 쓸수록 각진 모서리가 닳아 부드럽게 읽히게 된다.

처음에는 마침표도 쉼표도 없이 읽다가 지치는 글이 되지만 다듬어지는 과정을 거치면 글이 쉬고 글이 숨을 쉬게 된다. 독자는 그 글의 쉼과 숨쉬기에 보조 맞춰 따라가면 되는 것이다.

즉 리듬을 타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삶은 리듬의 감각을 익히고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내 안의 목소리에 귀머거리가 되고 있기에 우선적으로 펜을 들어야 한다. 고독한 시간이 필요하고 참회의 시간이 필요하고 희망의 손짓이 필요하다. 그 모든 것이 내 안에서 아우성친다. 그 아우성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쓴다는 것은 그 아우성을 듣는 것이다.

내가 무슨 말을 무슨 글을 쓸지는 펜을 들고 있는 나조차도 모른다. 펜이 이끌어가는 리듬에 맞추면 글이 스스로 미끄러져 춤춘다. 춤추며 그림 그려지고 춤추며 형상이 만들어진다. 그 춤이 삶의 이야기가 되고 수필이 되고 소설이 되는 것이다. 잊혀 버린 옛 기억들이 소담 소담 솟아난다. 새벽 산봉우리를 뚫고 기어이 머리 번쩍 내미는 아침 태양럼 말이다. 새벽을 뚫고 나왔으니 태양에게도 개척자의 정신이 깃들어져 있다.


그래서 쓴다는 것은 인생의 새벽을 깨우고 찬란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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