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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Sep 07. 2016

샤시 난간 끝에 맺힌 물방울

비가 내린다.
[ 샤시 난간에 매달린 물방울들.. ]

빗물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 마지막 몸부림으로 난간 끝을 부여잡고 울고 있다. 촘촘히 그들끼리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무거워져 아래로 떨어지면 또 새로운 물방울이 밀려오기를 무한 반복한다. 가끔씩 바람이 불면 춤추듯이 일제히 몸을 흔든다. 걔중에는 출릉이는 물결처럼 통일된 하나의 움직임 속에서도 자신만의 몸짓을 뽐내려는 놈도 있다.

그 놈들은 빛깔이 틀리고

깨끗함이 틀리고

미세한 울림이 틀리다.

지금은 하나의 고유한 존재로 빛나고 있지만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고유함의 존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또 다른 집단속으로 들어가고 말 것이다.

내가 없어지고 우리로만 일시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것이 싫어서 이렇게 난간 끝을 부여잡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그러고 보니 바람결에 춤추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살아남으려는 마지막 몸부림으로 다시 보이게 된다.


우리네 삶도 물방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세찬 비바람이 불어 닥치면 난간 끝에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내 차례가 언제일까?

이번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까?

한때의 깨끗함이 탁함으로 변질되었고, 가벼움이 무거운 책임감과 고비용이란 이름하에 무가치한 존재로 평가되고 말 것이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새물들에 밀려서 결국은 난간 아래로 떨어지고 말 것을 알면서도 변질되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막아서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한심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네 중년 가장들의 삶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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