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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Jul 28. 2018

소금

박범신

"선명우"

그의 삶의 발자취는 아버지의 그림자를 쫓아가는 여정이다. 소금이 오는 것처럼, 아버지는 소금을 영그는 강렬한 태양이었고 소금이 숨 쉬게 되는 그늘이었고 대파 끝에 맞닿아 소금꽃을 피게 만드는 미다스의 창조주였다.

[소설 - 소금]


"소금은 염부의 발소리를 듣고 큰다"는 말처럼 자녀들도 아버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랐다. 그런 아버지가 가출했다.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는 돈줄인 줄 착각하는 가족들에게서 탈출한 것이다. 가족이 사랑이 아니라 짐짝이 되어버린 현실에 대한 비판이고 몸부림이었다. 왜? 사는지 삶에 대한 가치를 잃은 채, 가족이라는 빨대에 꽂혀 살던 가장이 빨대를 뽑아버렸다. 이렇게 사는 삶이 올바른 삶일까? 이게 최선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아버지란 존재는 원래 그래! '아버지라는 이름에는 가족이라는 짐이, 아니 빨대가 꽂혀 있는 거야'라고 누군가가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소설에서는 다양한 아버지들이 등장한다. 과도한 노동으로 몸에 소금기가 부족해 소금밭에 머리 박고 죽은 염부 아버지, 그 아버지를 그리워했지만 자신의 삶 또한 가족이라는 그물망에 갇혀 버린 아들 아버지! 자식 교육을 위해 삶의 터전인 고향을 버리고 부둣가에서 삶을 한탄하다 결국 그곳에서 죽은 아버지, 그 아버지의 삶이 싫어 한 번의 실패 후 재혼도 아이도 없이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아들(선명우)...  이들의 이야기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소금꽃처럼 삶의 꽃을 피우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첫사랑 세희 누나, 아저씨라 부르며 편안하게 자신을 받아 준 시우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찾게 된다. 

"사람이 죽어 정한을 남기면 그것이 붉은 놀빛이 된다"는 황홀한 일몰 풍경의 이야기는 소금에게 없는 매운맛의 눈물을 간직하게 만든다.

바람과 햇빛과 하늘을 머금은 새하얀 천일염에는 짜고 시고 쓴 세상의 맛이 그 안에 녹아들어 있다. 그 세상의 맛은 아버지의 휜 허리와 새까매져 물기 빠진 검버섯만 가득한 주름살로 다가온다.


그래서 새하얀 소금은 그리움이다.

그래서 새하얀 소금은 슬픔이다.

그래서 새하얀 소금은 아버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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