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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Aug 04. 2018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해질 무렵 석양 노을 돛단배 한 척이 유유히 흘러간다. 고요한 바다에서 배와 사람만이 새까만 그림자로만 비치며 마음 한편을 석양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청새치와 늙은 어부의 사투 이전에 노인과 바다를 연상케 되는 이미지이다. 고향이 바다를 낀 어촌 이어서일까? 작은 돛단배 한 척에서 아버지의 형상이 그려지고 그리움이라는 아득한 단어가 연상된다. 노인도 어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84일간의 어부로서의 역할을 잃어버린 상처가 절박한 간절함으로 그의 마음을 자극하고 있었다. 자신을 아버지처럼 스승처럼 따르는 소년과의 이별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놓쳐버린 아픔이었다.


목숨 건 청새치와의 3일 밤낮의 싸움에서 결국 승리하는 쾌감을 만끽했다. 끝까지 사투를 벌인 청새치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도 함께 배어 있다. 바다 위에서 배를 드러내고 누운 청새치를 보며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이것들아!"라고 크게 소리쳐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승리의 순간도 잠시 이제는 온전히 지키는 것이 중요해졌다. 도전의 힘겨움보다 수성의 과정이 더 힘들다. 우리는 성취하는데만 집중한다. 내 성과물이고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기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사람의 마음이다. 하지만 성취 이후의 수성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키려고 그렇게 노력했건만, 노인도 포식자(상어)와의 끊임없는 싸움에서 결국은 지치고 만다. 차라리 청새치를 죽이지 말 걸이라는 후회의 마음까지 들게 된다. 과연 누구를 위한 사투였고 무엇을 위한 출항이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배가 가벼워지고 더 이상 지킬 것이 없을 때의 공허함 그리고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붉은 저녁 노을처럼 화려하지만 덧없음이 자신의 삶의 모습임을 말이다.


그는 승리했지만 패배자였다.

우리들 또한 인생의 목표를 향해 목숨 건 사투를 벌이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잃어버린 것들로 자신은 패배자가 될지도 모른다. 작은 전쟁에서는 이기지만 큰 전쟁에서 지는 것처럼 말이다. 5.5M, 700kg 청새치의 큰 수확물도 뼈와 머리 그리고 꼬리만 남겨진 채로 흔적만을 남긴다. 우리는 눈에 비친 그 흔적에 심취해 삶의 키를 잡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헤밍웨이 자신도 그런 삶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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