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쭌단상) 2019.03.23 - 2
주일 오후의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함께 하는 시간이다. 아무도 없는 원형 광장에서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공연장의 모습을 떠 올리며 멍하니 앉아 있다.
"지금 이 곳에서 뭐 하고 있니?"
"생각을 지우려고..."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지워버리는 것이 지금 이곳에서의 내가 원하는 것이다. 살포시 눈을 뜨면, 바람결에 부끄러운 듯 춤추는 나뭇가지 사이로 청명한 하늘이 눈부시다. 나 또한 저런 눈부신 시절이 있었을까? 구름 한 점 없는 맑디맑은 하늘이 태초의 순수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순수함을 잃어버린, 아니 순수함이 못난 현실이 되는 모습이 슬프다.
생각을 지우려다 현실을 더 직시하게 되는 나를 본다.
청명하고 순수한 가을 하늘은 못 되어도
바람결에 살포시 춤추는
나뭇잎은 되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