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쭌) 글을 디자인하다 - 009
꽃과 친구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두 단어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생각의 탄생]에서 꽃을 그리는 화가 조지아 오키프가 숨을 거두기 직전 몇 마디의 말을 힘겹게 한다. 더듬거리며 "꽃을 보려면 시간이 걸려. 친구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이라고 말하며 숨을 거둔다. 매일 보는 꽃이더라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달리 보인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겉만 훑고 내면의 목소리는 지나쳐 버리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한 번쯤 되돌아볼 때도 되었다.
▨ 그들의 공통점
꽃과 친구의 공통점 중 하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꽃이 무슨 시간이 필요해. 그냥 보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꽃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려면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눈으로 인지한 아름다움이 따스한 가슴으로 전해질 때, 비로소 꽃을 만난 즐거움이 전해진다. 친구도 마찬가지다. 사회 친구들보다는 고향 친구들이 더 살갑고 그리운 것처럼 오래된 벗에게서 더 찐한 그리움의 향기가 배어 있다.
하지만 [라면을 끓이며]에서 김훈 작가는 꽃에는 그리움이 없다고 일갈한다.
"꽃에는 그리움이 없다. 꽃은 스스로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 그 꽃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앞에 보이는 대상을 그리워하게 한다."
꽃만의 도도 함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도도함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확신한 높은 자존감에서 비롯될 것이다. 꽃만이 아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만든다는 것에는 친구도 마찬가지다. 그리움의 향기가 아름다움의 향기로 덧 입혀졌다. 그래서 긴 시간의 기다림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꽃이건 친구건 아름다움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대상임은 분명하다.
▨ 그들의 차이점
"해마다 꽃은 그 꽃이건만 사람은 해마다 그 사람이 아니네" 옛 선인의 말씀이 가슴을 두드린다. 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꽃과, 세상에 물들어 본질을 잃어버리는 친구의 모습이 안타까움으로 서로 대비된다.
해마다 피는 그 꽃에는 '언제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때가 되면 꽃피고 때가 되면 꽃은 진다. 꽃잎을 떨구고 화려한 모습을 뒤로한 채 물러나는 모습이 서글퍼 보이지만, 꽃은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순응한다. 하지만 사람은 자연이 준 섭리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을 쫒아 가는 삶을 살기에 변질된다. 꽃의 향기가 사람의 향기로 이어졌으면 좋겠지만, 꽃이 시들 듯 사람도 시든다. 하지만 꽃은 시들면서도 향기를 머금고 가지만, 사람은 시들면 변질되어 악취만 남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지만,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있다. 꽃이든 친구든 체취와 향기는 그대로 남겨뒀으면 좋겠다.
밤 중에 계속 길을 걸을 때 도움이 되는 것은 다리도 날개도 아닌 친구의 발소리이다.
<발터 벤야민>
친구의 발소리가 어둡고 눅눅한 세상의 길을 밝혀 줄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 돈과 명예와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한 밤중 어둠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친구 같은 리더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