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시켰다

질문 : 너 심장은 뛰고 있어?

by 글 쓰는 나그네


이병률의 여행 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의 첫 장에서 `심장이 시켰다`라는 문장을 만났다. 그 문장을 읽던 내 심장은 뛰었다. 머뭇거리며 사는 인생에 뜨거운 돌덩어리 하나 품게 되었다. 머릿속에서만 머물러서는 세상의 바다를 향해 할 수 없다. 머리가 아니라 심장의 강렬한 불꽃이 튀어야 한다. 그 불꽃이 낯선 곳으로 도전할 용기를 쥐여준다. 가슴 펴고 용기 있게 사는 것이 영리하고 지혜롭게 사는 길임을 심장이 뛰며 말하고 있다. 포기하지 말고 다시 고개 들고 한 번 더 일어서 보라고. 허리 펴면 찌든 삶도 펴지고 허리 굽히면 펴진 삶도 찌들게 된다며, 고개 들고 당당히 맞서라고 심장이 말하고 있다.


항상 가족에게 미안했었다. 최근까지 내 생각만 강요하며 살아왔다. 내 심장은 뛰는데 네 심장은 어떤지 물어보지 않았었다. 그래서 일방적인 대화만 하면서 우리는 잘 통한다고 혼자 자부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닫게 되더라. 이게 아니라고, 심장이 말하더라. 뛰지 않는다고, 뜨겁지 않다고. 서로의 숨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가끔 뜨겁던 심장이 차가워질 때 조언과 격려의 말을 해 줄 멘토가 있었으면 했다. 삶이 힘들 때 힘들다고 힘겹다고 고백할 상대가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용기 내어 조금 풀어놓으면 가슴을 흔드는 말이 아닌, 대부분 듣기에 좋은 `귀만 훔치는` 조언들만 듣게 되었다. 차가워진 심장을 뜨겁게 데워 줄 열쇠가 어디에도 없음을 어렴풋이 깨닫다 보니 어느새 중년의 어른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나이는 헛것으로 먹는 게 아니더라. 이렇게 고민하고 실패하면서 취득하는 자격증과 같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 자격이 있으니 아빠로 가장으로 버티며 살아갈 수 있었다.



너에게 묻는다


언제부터인가 가슴이 식었다. 아니 심장이 뛰지 않았다. 내 인생의 멘토가 없어서가 아니라 삶의 경험이 많아지면서 설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삶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화려한 불꽃 축제를 할 수 없을까?` 잊혀가는 나를 다시 태우고 싶어졌다. 김정운 교수의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에 보면, 사내들이 캠핑에 빠지는 이유는 불을 피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잃어가는 삶의 의미를 되살리고 싶은 간절함에 캠핑하는 것이라고. 중년의 남자들 고개 숙이고 힘 빠지는 인생들이다. 더 오르고 싶은 욕망도 새로운 도전도 큰 벽 앞에서 멈춘다. 약해지고 잃어가는 삶의 의미를 장작불로 화려하게 다시 불태우고 싶을 뿐이다. 그 장작불을 혼자 태우고 싶지는 않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 일부 인용 -안도현-


어린 시절, 연탄불로 방을 데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새빨간 연탄불의 온기가 어떤 것인지. 연탄 하나면 방을 따듯하게 데우기도 하고, 밥과 국을 끓이기도 하고, 씻을 물을 데우기도 했다. 이렇게 유용하게 사용하고도 다 타고나면 재가 되어 길바닥에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인생이 연탄의 삶이었다. 그런 연탄을 재미삼아 밟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차고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시인은 우리에게 묻는다. 그렇게 버려지고 밟히는 연탄재보다 너는 나은 것이 뭐냐고? 연탄이 자신을 온전히 태워 희생한 것처럼, 너는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위해 뜨거운 사람이었냐고?



청춘의 이름은 설렘이다


스무 살, 아빠의 든든한 후원자이고 동반자로 예쁘게 자라준 딸, 너에게서 식어가는 열정의 불꽃을 부쳐 줄 설렘을 찾게 된다. 너에게는 네가 모르는 에너지가 많이 있다. 옆에 있으면 자기장에 의해 끌려가는 알 수 없는 매력도 있고, 밀어내는 강력한 힘도 있다. 밀어내거나 끌어당기는 힘은 결국 네가 선택할 문제이다. 연애의 밀당이 아니라 심장이 시키는 밀당에 얼마만큼 잘 대응하느냐가 네 인생길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제부터 `심장이 시켰다`라는 말을 꼭 기억하렴! 네 심장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 아빠나 엄마의 조언은 딸 가진 부모의 마음으로 걱정하는 말이란다. 보다 안정적이고 어렵지 않은 길을 선택하기를 바랄 뿐이다. 국보급 도자기처럼 소중히 다뤄야 하는 마음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투박하고 거칠게 말하는 것은 단지, 표현력이 많이 부족해서다. `미리 준비해서 하면 덜 힘들 텐데 왜 그렇게 편하게 살려고 하니?`라는 걱정이 동반된 참견이기도 하다. 참견은 참견으로 듣고 심장이 시키는 방향에 집중했으면 한다. 만약 넘어지고 실패하더라도 단지 그뿐이다. 다시 툴툴 털고 일어서면 된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포기하는 순간 일어설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희망도 함께 지워나가게 된다. 결국, 의미 없는 인생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다시 일어설 힘은 네 속에 얼마든지 감추어져 있단다. 청춘이 있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고, 한다면 한다는 정신이 살아있고 (어릴 적 네가 자주 하던 말이지^^) 무엇보다도 가슴이 열려 있잖니. 무엇이든지 받아들일 심장을 갖고 있다는 것은 큰 선물이고 희망이란다. 단지 삶의 방향을 잡아 줄 멘토가 없다면 부족하지만, 당분간은 아빠가 너의 멘토가 되어 주면 안 되겠니? 연탄재 같은 멘토 말이다. 자신을 태워서 다른 이를 따듯하게 해 주는 연탄재…….


그 연탄재로, 네 심장이 따듯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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