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멋대로 해라

(질문) 명품처럼 살래? 명품답게 살래?

by 글 쓰는 나그네

요즘 부쩍 아들과 의견 충돌이 많아졌다. 아들이 바라보는 눈과 내가 바라보는 눈이 틀리다. 같은 높이에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다 결국 이 말을 내뱉는다.


"네 멋대로 해라!."


이 말을 풀어쓰면 `네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네 품위에 맞게 행동해라`는 말로 고상하게 해석하고 싶다. 그런데 이 의미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현실은 중3 아들에게 부정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중2병을 무난하게 넘기나 했는데 중3이 되면서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는 모습을 바로 잡아 주려는 욕구가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아이의 처지에서 이해하고 사랑하기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 즉 훈육이라는 칼을 쥐고 흔들고 싶었다.


칼은 쥐었는데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그 칼로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을 줄 알았다. 칼자루를 잡기만 해도 이제는 엄마를 넘어 아빠만큼 컸다고 대든다. 강하게 휘두르면 강하게 튕겨 나간다. 물리적인 방법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가급적 논리적 대화의 틀 안에서 다투려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이성적 논리에 감정이 섞이면서 마지막 문장은 `네 멋대로 해라`는 말과 함께 말을 끊어 버린다. 여기서 네 멋대로 헤라의 의미는 `나는 인정하고 허락할 수 없다. 다만 너 그 잘난 생각대로 하고 싶으면 해라. 다만 그 책임은 네가 져라. 아빠는 잘못되어도 책임지지 않겠다.` 엄포고 위협이다. 이 위협도 어렸을 때나 통했지 지금은 허락의 멘트로 인정하는 꼴이 되었다. 그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아들은 돌아선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단다.


최근 들어 자기주장도 강해졌고 자기 합리화의 방식도 세련되었다. 부모의 반대에도 소신껏 하고 싶은 것은 한다. 스스로 판단이 잘못된 것은 나름의 이유로 설득한다. 판단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그 틀이 잘못되었던 합리적이든 상관없다. 다만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머뭇거리고 고민만 했던 나보다 차라리 해보고 후회하는 것을 택하는 아들이 훨씬 현실적이다.



자존 : 스스로 멋을 지키는 것


제멋을 안다는 것과 제멋대로 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말을 고상한 단어로 풀이하면, `자존`으로 정의해도 될 듯하다. 자기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것이 자존이다. 박웅현 작가는 『여덟 단어』의 첫 번째 단어로 자존을 선택했다.


"‘팀장님,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딱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자존을 선택하겠어. 이 세상에 중요한 가치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자존이 제일 기본이라고 생각해.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 이게 있으면 어떤 상황에 처해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는 마음을 먼저 가져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품위를 지켜나갈 수 있다. 그 품위를 잃어버리는 순간 나는 없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이기적인 존재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소중하면 남도 소중함을 제대로 아는 첫 단계가 자존이다. 스스로를 소중하게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이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더 나아가 의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겠는가?


네 멋대로 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본래의 의미는 퇴색되고, 어느 순간 쉽게 포기하며 책임 회피하는 문구가 되었지만,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개척자의 삶이기도 하다. 세상을 바꾸는 분들의 대표적인 경우가 기존의 시스템에 반항한 사람들이다. 기득권 세력이 만들어 놓은 타인의 멋을 부정하고 자신만의 멋을 만들어갔기에 그 과정에서 위기와 고난을 겪었지만 결국 그들의 세상을 만들었다.


이런 대표적인 사람이 ‘코페르니쿠스와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이다. 이들은 근대 과학과 근대 의학의 상징적인 인물들과 투쟁했다.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근대 과학의 진리로 여겨진 천동설에 맞섰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유명한 표현을 만들었을 만큼 태양과 지구의 위치를 바꾸는 선구자적 전환을 이루었다. 이를 통해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 지동설의 이론을 승화시켰다. 또한,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는 근대 의학의 대부인 ‘갈레노스’ 의학에 도전장을 내밀고 해부학의 단계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기존 갈레노스가 만든 해부학에 어느 누구도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지만, 베살리우스는 직접 관찰과 실험을 통해 『사람 몸 구조에 관하여(파브리카)』를 출간하면서 근대 해부학의 창시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들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진리라는 헛된 벽 앞에서 멈추지 않고 그 벽을 허물려 노력했다. 생사의 위협과 핍박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자신의 길을 걸었다. 이들은 포장하며 살지 않았기에, 투박하지만 아름다움을 스스로 빛내는 명품이 되었다.



멋진 놈이 되어라


요즘 아들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 옷도 명품, 신발도 명품를 찾는다. 겉모습의 포장에 더더욱 신경을 많이 쓴다. 성장기에 외연의 포장도 필요하다. 옷도 잘 입는 사람이 귀태도 나지만 멋도 있다. 옷맵시를 갖춘 사람이 상대에게 호감을 받을 확률이 높으니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다. 다만, 그 외연의 포장에만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명품이 되려고 아무리 겉모습을 치장해도 그 사람이 명품이 되지 않고서는 결코 명품이 될 수 없다. 명품처럼이 아니라 명품답게 살아가야 제대로 멋을 아는 것이다.


네 멋대로 사는 삶. 참 부러운 삶이다. 우선 네 멋을 안다는 것이 부럽고 그 멋대로 시도하는 도전이 부럽다. 그 부러움을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아들은 즐겼으면 좋겠다. 아들은 아빠가 평생의 경쟁자라고 한다. 아빠를 넘어서기 위한 도전의 과정이 아들의 삶의 일부라고 들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멋을 내 아들은 가졌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네 멋대로 잘하고 있지!"


누구에게나, 멋있는 놈으로 불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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