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대신 죽을 수 있어요?“
스무 살 된 딸의 느닷없는 질문에 당황했었다. 내 아이를 위해서 진짜 죽을 각오가 되어 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대 가장으로, 아빠로 그리고 남편으로 살아가는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는 의문도 생기게 되었다.
‘나는 과연 잘살고 있나?’
‘무엇을 향해 가고 있나?’
가족을 통해 소소한 삶의 이야기들로 이런 질문에 답하고 싶었다.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가진 도구가 망치 하나뿐이라면 당신은 모든 문제를 못으로 보게 될 것이다.”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망치 하나 들기도 버거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도구를 활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현재의 도구는 보잘것없지만 어떻게 깎고 조이고 새롭게 만들어 갈 것인가는 노력의 문제고 선택의 문제이다. 하지만 그 노력과 선택도 방향을 제대로 잡아가야 한다. 그 역할에 부모 즉 아빠의 몫이 부여되어 있다.
잘 통하고 있나?
소통의 부재의 시대에 살고 있다.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대화와 전달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자신의 권위를 활용해 ‘나는 이렇게 하고 있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은 소통한다고 하는데 듣는 사람은 여전히 소통의 부재라고 말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시대이다. 그럼 도대체 왜 이렇게 다를까? 그것은 말하는 사람이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만 말하기 때문이다. 소통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양방향이 아니라 한 방향으로 흐를 때, 소통의 힘을 잃은 언어는 ‘소리’에 불가해 질 뿐이다.
4차 산업시대의 화두는 인간과 기계와 자원이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계와 자원과 소통해야 하는 시기에, 내 자녀와 내 아내와는 소통이 소리에 불가해져 가는 현실에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의 몸이 원하는 것은 순환이다. 막힌 곳 없이 피가 잘 흐를 때 몸의 구석구석까지 영양분을 공급하게 되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를 혈액의 순환, 더 큰 의미로 소통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몸이 건강해지려면 순환이 잘 되어야 하듯,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면 말과 행동의 순환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이 책에서는 딸, 아들과의 짧은 대화가 포함되어 있다. 일상의 소소한 대화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 느낌표라는 이름의 나무 한 그루씩 심는 역할을 하려 노력했다. 세상을 숲으로만 보는 넓은 시야도 필요하지만, 숲을 이루는 나무와 이름 모를 식물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정은 이런 작은 나무와 식물의 속삭임으로 이루어진다. 이 책을 쓰며 짧은 대화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느꼈다.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속마음을 진솔하게 담았다. 사랑보다 질책이 많았고 따듯한 가슴보다 냉철한 이성을 더 많이 요구한 삶이었음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내 자녀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현실의 벽 앞에 두려워하지 말고 고개 들고 당당하게 맞서라고.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작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자식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두 가지를 가지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첫째는 행복을 느끼는 능력이고, 둘째는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이 행복을 가지려면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만이 행복을 누릴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행복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가장으로, 아빠로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삶이 필요하다.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상의 이 작은 기록들이 30~40대 아빠로, 가장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고개 숙인 남자들을 일으켜 세우고 다시 기지개 켜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아빠! 나 대신 죽을 수 있어요?”의 물음에 적극적이고 지혜롭게 대답해 나가는 아빠의 모습, 남편의 모습이 되기를 바란다. 40대 중반을 지나면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아빠, 남편 그리고 가장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아왔지만, 뭐 하나 제대로 했다고 자랑하지 못하겠다. 내 멋대로 산 삶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족을 위한 역할에도 충실하지 못했다. 여전히 서툰 아빠, 서툰 남편이지만 삶의 고백을 통해 서툰 이미지를 하나씩 벗겨 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각 꼭지마다 질문을 심었다. 아이들에게 하는 질문이지만, 어른의 관점에서 대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심장은 뛰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사실 내 심장은 뛰고 있는지 한 번쯤 되돌아보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이 책에 등장한 딸(다은), 아들(준서),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우리 집 막내 여름(반려견) 이를 통해 서툰 아빠, 서툰 남편이 덜 서툰 가장이 되어가는 길을 열어줘서 너무 감사하다. 가족을 통해 나를 보고 나를 통해 가족이 더 행복해지는 가정이 되기를 소원하며, 책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영광이 넘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