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점점 선명한 단색이 좋아지고 있다

by 글 쓰는 나그네

아이들과 함께 동일한 주제로 글쓰고 나누기를 합니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며 서로의 다름을 알아가는 시간들입니다.


[ 딸 - 고1 ]

RED = 빨간색...

대체 빨간색으로 무슨 글을 쓰라는 건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대체 이 RED라는 제목으로 주제를 정해놓고 어떤 글들을 기대하고 바라는지 아빠의 속은 정말 꺼내서 들여다보고 싶은 수준이다. 이번 주제를 통해 얻은 한 가지 확실한 결론은, 다음 주제는 아빠에게 맡기면 안 되겠다는 것이다. 아빠에게 또 맡겼다가 다음에도 터무니 없게 yellow 나 green으로 해버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주는 내가 한 발 늦은 탓에 RED로 정해졌으니 일단 글을 써보겠다.


RED, 빨간색... '빨간색'하면 생각나는 것이 다 사람마다 각자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피나 죽음 등과 같이 무섭고 끔찍한 것들이 떠오를 수도 있겠고, 다른 사람들은 사과처럼 통통 튀고 상큼한 것들을 떠올릴 수도 있겠고, 어쩌면 또 다른 사람들은 원숭이 엉덩이나 피에로처럼 우스꽝스럽고 재밌는 것들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각자 자라온 환경과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다르므로 빨간색이라는 한 가지의 색깔만을 가지고 얘기해도 이런저런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이 RED라는 단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해나가는 것을 바탕으로 나와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친구나 가족이 있더라도 존중해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 함께 나누면서, 아들과 딸은 무척이나 주제에 대한 생각 정리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색깔은?" 이라는 주제를 주었으면 더 좋았을거라며 볼멘소리로 불평을 대신했습니다!


※ 초6-아들은 타이핑이 되지 않아서 이번엔 제외합니다!.


[ 아빠 ]

RED는...
단색의 화려함,
그 뒷면의 숭고한 아픔,
그리고 불타오르는 열정을 샘솟게 하는 색이다.

난 어렸을 때부터 빨간색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그래서 음식 중에서도 빨간 양념 싫었고 보이고 만져지는 모든 것들에 거부감을 가지게도 되었다. 성인이 되어 빨간색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내 기억 속을 더듬어 보았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나도 모르는 더 꽁꽁 감추고 싶은 내면의 무엇이 있던지 아니면 찾지 못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는 혼자만의 결론을 내리고 찾기를 포기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엔 공산주의는 나쁜 것이고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라는 의식화된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그래서 공산주의로 대표되는 빨간색은 좋은 느낌보다는 부정적인 색이었다. 북한과 중국 그리고 영원한 마음의 적인 일본이 함께 생각나게 되기에 더더욱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철저한 반공주의자도 애국주의자도 아니고 국수주의자도 아닌데 이런 이념적인 것과 연계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듯하다. 하지만 내 안에 잠재된 빨간색을 싫어했던 이유를 찾다 보니 별의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


[점점 좋아하는 것도 변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생각이 변화되어 간다. 예전에 싫어하던 것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단색인 'RED와 BLACK'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양하게 혼합되고 섞인 색들보다는 단색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색 중 그 으뜸은 검정과 빨강인 것 같다. 사실 순백색의 새하얀 색도 좋지만 난 찐한 깊음을 품고 있는듯한 검정과 빨강이 다. 아마도 우유 부담함에서 벗어나고픈 내 생각이 점점 선명해지는 것을 좋아하게 되나 보다.

검정과 빨강은 자기만의 고유하고 강함을 지니고 있다. 다른 어느 색이 침범하더라도 자신만의 색을 유지할 힘이 있다는 것이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잘 섞이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는 배짱도 있다.

그 강함과 배짱이 주위를 끌어들이고 흡입할 수 있기에 모든 색을 자신 아래 둘 수 있는 리더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고집스러움 속에 열정이 숨 쉬고 있고 그 열정 속에 뜨거운 희망이 꿈 트게 되고 그 희망 속에 더 나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려가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친구이거나 적이거나]

그러고 보니 RED와 BLACK은 친구 같기도 하고 친할 수 없는 견원지간의 관계 같기도 하다. 서로가 강렬하기에, 서로가 고집스럽기에, 서로가 도드라짐을 숙명이라고 여기기에 말이다. BLACK은 감추어진 은둔의 숨은 리더였고 실력자였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신의 색깔대로 움직여 나갈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은둔의 실력자가 점점 각광받으며 색의 세계를 지배해 나가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단색의 아름다움에 심취하고 단색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이 경쟁의 관계가 아니라 공생의 관계로 더 빛나는 역할을 한다면 아름다움과 매력은 배가 될 것이다. 나를 드러내기보다는 상대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출중한 능력이 그들에게 있으니 말이다.


다만 Black과 Red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선택하는 그들의 몫으로 남겨 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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