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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Apr 15. 2016

간절하게 참 철없이

안도현 시집

시인이 우리를 인도하려는 곳은 '바라봄의 세계'인 듯 하다. 한겨울 꽁꽁 언 얼음처럼 열리지 않던 옛 기억들이 바라봄을 통해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옛 추억의 나와 현실의 나를 대비시키며 아득한 추억의 길로 걸어가게 만든다. 그 추억길이 굽이굽이 곡선의 형태로 모퉁이를 돌때마다 야릇한 향수길되기도 하고 꺼내기 싫은 진흙탕길이 되기도 한다.


바라봄은 우리를 작가의 세계로 이끄는 마중물의 역할이다. 그 바라봄을 통해 시인이 풀어놓은 향수(鄕愁: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의 세계로 내 삶도 스며들게 만든다. 새하얀색의 바탕이 어느 순간 검붉게 물들어 버렸다. 알을 품고 스며듬의 공포를 감지한 어미 꽃게의 모습처럼 시인이 뿌린 세계로 들어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나란 존재를 잃어버리는 작은 공포로 다가온다.


바라보고 스며드니 어느 새 허기가 몰려온다.

음식의 시학을 통해 오감이 자극되어 고요하고 잔잔하고 따스하게 허기짐을 느끼게 된다.

간절하게, 간절하게 참 철없게도 지금은 허기짐을 면해보고 싶은 마음 뿐이다.


※ 안도현 시인의 시를 내 삶속에 대비해서 나만의 색깔로 표현해 봅니다!

[갱죽]

아버지의 두툼한 칼질과 얼큰한 국물이 따스한 연기로, 향기로, 때로는 추억이 되어 입맛을 돋구게 한다. 아~ 먹고 싶다.


[산가 1]

세상에 혼자, 홀로 사는 삶은 없는가 보다.
고독하다. 혼자다 말하지만 모르는 소리, 수풀이 있고 꽃들이 있고 뻐꾸기 처럼 울어대는 새들이 있다.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에 서러워해라.

항상 재잘거림의 중심에 네가 있음을 기억해라.


[둥근방]

홀로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게 한다.
둥근 방안에 우리 다섯 형제가 알콩달콩 살던 시절이 그립다.  
방은 있는데 사람은 없고 고요히 그 방을 숨죽이며 지키시고 계신 어머니만 가엾어라.


[물건너는 자작나무]

"머리에 인 보퉁이가 클수록 삶은 가난처럼 슬프다"

가난한 사람들이 놓치 못하고 자질구레한 삶들을 묶어두고 살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요것도 쉬이 풀어놓지 못하고 움켜쥐며 머리에 이고 산다. 점점 머리는 무거워지지만 머리속은 복잡한 근심에 빼앗겨 비어가고 새로운 보따리는 머리에 일 수가 없음을 슬프하게 된다.


<철 없다는 것에 대한 뒤늦은 생각..>

너무 일찍 철 들었다.
그래서 더 서글프다.
눈치보며 포기하고 접어버린 일들이
간절하게 참 철없이 지금 내게로 다가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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