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
고전이라는 이름에 혹 했고 뒤이어 나온 100권 공부법에 끌렸다. 깊은 우물에서 끌어올릴 시원한 생수를 기대했었다. 인문학에 대한 갈급함을 해소해 줄 무언가가 이 책 속에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파고들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너무 잘 넘어간다. 가독성이 너무 좋다. 이럴 리가 없는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깨닫는다. 아뿔싸! 이 곳은 깊은 우물 속 생수가 있는 곳이 아니라, 우물을 끌어올릴 두레박의 제조 과정을 설명하는 책이었다.
최재천 교수와 이명현 천문학자의 추천사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을 잘 정리하고 있다. 세인트존스의 교육 과정은 맞춤 열쇠가 아니라 다양한 자물쇠를 열 수 있는 마스터키를 깎는 훈련이며, 지성인으로 질문과 생각과 실천하는 것을 익히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어령 교수는 교육은 황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황금을 만들 수 있는 지팡이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유대인들은 자녀들에게 지팡이를 준 거예요. 땅을 줬다면 황금 덩어리를 준 것이고, 조국 의식이나 동족 의식에 대한 여러 가지 전통성을 줬다면 지팡이를 준 것이죠. 아무리 가난해도 이 지팡이를 때리면 황금이 됩니다. 그러니 자식들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말고 지팡이를 주면 세계 어딜 가도 금은 만들어내지 않겠습니까." <지성과 영성의 만남 - 이어령, 이재철 대담집>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좋은 눈을 가지는 과정이다. 눈앞의 황금에 현혹되지 않는 눈, 한계를 인정하는 눈, 나 자신을 알아가는 눈을 통해 나를 발견해 가는 훈련이다. 무엇이 바르고 무엇이 악한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더 깊게 사고하며 성찰하게 만드는 힘이 고전에 있다. 흔히 고전을 시대를 뛰어넘어 변하지 않는 가치를 소유한 책이라고 한다. 그 가치가 2천 년을 한결같이 버티고 서 있는 고목(古木)과 유사하다.
모든 배움은 연결되어 있다. 고전과 고목이 연결되어 있고, 옛사람과 현세의 사람이 연결되어 있고, 가치와 사상도 연결되어 있다. 이 연결되어 있는 지점을 잘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고전의 역할이고 인문학을 배우는 다양한 이유 중 하나이다.
고전을 읽는 젊은 인재들이 옛사람과 옛 사상과 옛 문화와 연결되는 수업(修業)을 통해 '호기심'이라는 거대한 불덩어리를 품게 될 것이다. 그 불덩어리가 또 다른 호기심과 질문으로 이어질 때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성숙한 청년으로 거듭나리라 생각된다. 그런 훈련의 과정을 배우고 익히는 세인트존스의 수업방식은 기존 교육의 통념을 깨기에 도전이 된다.
사고의 틀을 깨는 것, 이것이 세인트존스의 고전 읽기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