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by 글 쓰는 나그네


"입김은 찬 것을 녹이기도 하지만 뜨거운 것을 식게도 한다. 눈물은 당신을 감동시키기도 하지만 당신을 얼어붙게도 한다." 신형철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p.298

삶은 언제나 양면성을 띠고 있다. 똑같은 사람이지만 사랑도 했다 미워도 하고, 똑같은 돈이지만 기쁨이 되었다 슬픔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것도 그 쓰임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고 보면 우리를 웃게 만드는 것도 울게 만드는 것도 별다른 게 없다. 일상의 소소한 삶 속에서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내 안에 닥친 절망과 위기도 짧은 보폭이 아니라 긴 걸음으로 봐야 한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배를 타고 가다 보면 뱃멀미가 밀려온다. 그럴 때는 갑판 위에서 배와 맞닿는 앞을 보는 것이 아니라 먼바다를 쳐다봐야 한다. 그래야 울렁대는 멀미를 그나마 피할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바로 눈앞에 닥친 고난이 삶의 전부라고 자포자기하며 살기보다 그 고난을 이겨내면 더 큰 바다가 기다릴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샛길을 지나면 대로를 만나게 되고, 샛강을 따라 걷다 보면 큰 강을 만나고 결국엔 바다로 나아가게 된다. 삶은 멈춰있는 게 아니다. 명사가 아니라 동사의 삶이어야 한다. '인생은 끊어가야 돼'라며 외치는 누군가의 말처럼 마다 마디 매듭짓는 과정은 필요하다. 그 매듭을 어어주는 길은 아스팔트가 될 수도 있고 돌길과 진흙길이 될 수도 있다. 아스팔트 길을 만난다면 행운이고 축복이겠지만, 인생은 항상 그렇게 쉽지 않다. 돌길과 진흙길에 차이고 빠지기도 한다. 발뒤축이 까지고 피멍이 맺히는 고난의 행군을 거친다면 발뒤축도 더 단단해지고 더 강해져 있을 것이다. '고진감래' '전화위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전의 은혜' '오히려' 등 우리를 더 단단히 묶어 줄 단어들이 즐비하다. 위기 뒤에는 항상 기회가 함께 오듯 앞문이 막히면 뒷문이 열림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마침표를 찍는다는 말을 사용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음을 자신에게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알린다. 하지만 마침표가 끝을 의미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오산(誤算)이다. 마침표의 끝에는 새로운 시작의 이야기가 있다. 끝이 끝난 게 아니라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매듭을 짓듯 끝내고 나면 발걸음이 가볍다. 그 가벼운 발걸음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그게 마침표가 가야 할 길이다.

우리네 인생도 마침표를 하나씩 찍어가는 과정이다. 점 하나가 뭐가 중요할까? 생각하겠지만 점 하나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고 면이 모여 다양한 형상이 만들어진다. 우리의 시작점도 작은 점 하나에서 시작됨을 기억해야 한다. 같은 점이지만 다른 점이 되는 글자들이 있다.

고질병에 점 하나 찍으면 '고칠병'이 되고
마음 심(心) 자에 신념의 막대기를 꽂으면 반드시 '필(必)'자가 되고
불가능이라는 뜻의 Impossible에 점 하나 찍으면 'I'm possible'이 되고
빚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찍으면 '빛'이 된다.

빚이 빛이 되는 삶. 그 삶의 주인공이 나와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나누는 삶에 작은 점 하나 더 찍자. 그 점이 독자를 넘어 작가의 삶으로 이어지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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