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a schola alba est

<라틴어 수업> p. 1~37

by 글 쓰는 나그네
Prima schola alba est. 첫 수업은 휴강입니다.


수업은 짧아야 좋고 설교도 간단하고 명료해야 은혜가 넘친다. 뼈대가 되는 핵심적인 단어 이외에 살과 살을 덧붙이다 보면 근육질을 넘어 비만해진다. 그렇게 비만해지면 전하고자 했던 원래의 의도를 벗어나 공전(公戰)하게 된다. 기억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하는 것이고 기록하기 가장 적절한 문장은 짧은 문장이다. 그 짧은 문장을 남기기 위해 부질없는 덧없음을 지워나가는 과정이 글쓰기의 과정인 것 같다. 지우고 지우다 보면 비만해져 있는 나의 글에 뼈대만 온전히 남을 것이다. 피카소의 그림 <<황소>>처럼...

"프리마 스콜라 알바 에스트" 명문장이고 명강의이다. 강의는 내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평가에 의해 좌우된다. 첫 강의에서 수강생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라틴어의 의미가 무엇이겠냐고? 질문은 있지만 답이 없는 시간을 통해 생각하는 시간을 준다. 생소한 단어와 문장을 만났을 때 당황하기도 하지만 궁금증을 유발하게 된다. 그 궁금함이 수많은 위대한 일의 최초 동기가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이름으로 '호기심'이라고 부른다.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특성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좋은 강의는 호기심을 유발하게 만들고 삶의 가치가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준다. 내가 가진 상식과 정의가 좌측으로만 편중되어 있다거나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면 그 정도만으로도 호기심의 생명은 충분하다. 그다음은 호기심이 계속 살아 숨쉬기 위한 숨구멍을 열어주고 피를 순환시켜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1543년 코페르니쿠스와 함께 세계의 역사를 바꾼 인물이다. 모두가 진리라고 의심하지 않던 세계에 '호기심'의 돌덩이를 하나 던져서 파장을 몰고 왔다. 모두가 칭송하던 '갈레노스' 의학에 도전장을 내밀고 인체구조에 관한 책인 '파프리카'를 출간하면서 해부학이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관찰하고 실험으로 얻게 되는 것이라는 중대한 유산을 남겼다. 세상이 오른쪽으로 갈 때, 왼쪽으로 가도록 방향을 트는 사람이었다. -김경민의 <세상을 바꾼 질문들>-

베살리우스처럼 호기심의 돌덩어리 하나 던져 주는 질문이 중요하다. <라틴어 수업>에는 생소하고 생경한 단어들과 익숙한 단어들이 함께 공존해 있다. 알지 못할 뿐 생활 속에 유명한 단어들이 일상어로 사용된다. 그 단어의 의미를 새롭게 만나게 될 때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리는 과정이 될 것이다.

Prima schloa alba est. 짧은 글이 긴 여운을 남기는 문장이 되었다. 뜻하지 않게 내게 주어진 휴강의 시간이 부여된다면 저자의 말처럼 밖으로 나가 봄날의 아지랑이를 만나는 행운을 만끽했으면 좋겠다.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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