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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Apr 07. 2020

3. 시인들은 왜 영웅을 노래하는가?

김헌의 <인문학의 뿌리를 읽다>


l 죽음은 끝일까? 시작일까? l


욥이라는 구약시대 인물(고난의 상징)은 고난을 통해 후대에 길이 이름 남기게 되었다. 평화롭게 살던 그에게 여호와와 사탄 사이에 맺어진 언약 때문에 고난에 휩싸였다. 막대한 재산과 열 명의 자식을 모두 잃고 자신 또한 건강을 잃고 고난 가운데 힘겨웠지만, 끝내 다시 일어섰다. 그는 후에 두 배의 복을 누렸고 육신은 죽었지만 불멸의 존재처럼 영속하고 있다. 고난을 극복해 다시 믿음으로 시험을 이겨낸 신앙인의 모습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영원히 살아있는 방법은 불후의 명성을 얻는 길이다. 그 명성은 누군가의 글로 또 누군가의 노래로 기억되어 전해진다. 호메로스의 노래로 우리는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를 기억하고 있다. 그들도 죽었지만 영원히 살아 생존하는 불멸의 존재들이다. 천하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비통해하며 말했다고 한다. "아킬레우스, 행복한 자여. 그에게는 호메로스가 있었으니, 하나 그보다 훨씬 뛰어난 나에게는 노래할 시인이 없구나!"

[ 헤라클레스 ]

 


l 시인들은 왜 영웅을 만들까? l


시인은 자신의 노래에 신비한 힘을 불어넣기 위해 찬양한다. 시대의 영웅들의 힘을 빌러 자신의 노래를 영원히 남기고 자신 또한 영원히 남겨지기를 원한다. 그래서 더 찬란하고 아름답게 포장하고 미화한다. 영웅이 빛날수록 자신도 빛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영웅은 어떻게 영웅이 되는가? 이들은 분노를 적절하게 활용한다. 정여울의 <공부할 권리>에서 이렇게 하고 있다.
 
"'분노를 어떻게 통제하고 활용하고 더 커다란 목적으로 승화시키는가.'가 영웅의 위대성의 척도가 되었지요. 알맞은 때에 올바른 방법으로 분노하는 것은 '정의로운 분노'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다가옵니다." -p.221-
 
"분노에는 사회를 파괴시키는 에너지가 있지만, 동시에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에너지도 있지요. 인류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사회를 파괴시키는 에너지로서의 분노'가 아니라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분노, 그러니까 '정의로운 분노'에 대한 공감대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p.229-



l 분노가 영웅을 만든다 l


그렇다. 시인들은 정의로운 분노를 통해 영웅을 만든다. 파괴하지만 결국은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 변화에 열광하고 그 분노에 빠져든다. 분노도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다. 사회에 변화를 일게 하는 힘은 작은 분노에서 출발해서 그 분노가 전파되고 모이고 하나의 힘으로 승화될 때 세상이 변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결국 영웅이 된다. 지금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배경처럼 화려한 배경이 필요하지 않다. 분노를 적절하게 다스릴 줄 아는 사람, 또한 분노의 에너지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사람이 영웅이 되는 시대이다. 그들은 금수저, 흑수저에 얽매이지 않는다. 태어난 배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노의 중심에서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지혜와 배포 그리고 사람을 향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한다. 영웅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 그 더불어 서 있는 힘(人)이 시민을 향할 때 영웅이 탄생한다. 

 그래서 요즘은 시인들이 영웅을 노래하는 시대를 지나, 시민들이 영웅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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