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차박을 하다!

by 글 쓰는 나그네


l 생애 첫 '차박'을 하다 l



1년에 한 번 정도 국립공원으로 글램핑 가던 내게, '차박'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계속 머릿속에 머물렸다. 해결하지 못한 숙제거리를 가슴에 품고 사는 것처럼 잊을만하면 다시 떠 오르는 단어가 차박이었다.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조용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이 캠핑장이다. 요즘 시간적 여유도 생기고 해서 주말이 아니라 평일에 갈 수 있으니 더 적합했다.


우선 차박을 위한 캠핑장비부터 폭풍 검색을 했다. 다양한 방식이 있었지만, 눈에 띄는 방식은 SUV 차량에 적합한 차량용 이너 텐트였다. 2열 시트를 젖히면 성인 2명은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그 공간에 차량용 텐트를 조립해서 설치하면 된다. 예전 바닷가에서 일출을 보겠다며 준비 안된 차박을 시작해 본 적이 있었는데 새벽 2시경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너무 추웠다. 견디고 버티기에는 쉽지 않은 기온차를 경험했기에 차량용 실내 텐트에 더 집착하게 된다. 종류는 몇 가지가 있지만 하나의 상품에 꽂혔다. "울프 라운치 차박 텐트" 다른 것들은 비교 검색해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 차박용 텐트 ]


차량용 텐트 이외에 내게 없는 물품인 코펠, 테이블, 릴랙스 체어 1개 등은 지인들을 통해 빌렸다. 이번에 첫 차박을 해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단 빌리지 못한 타프는 가는 날 고심 끝에 구매했다. 바람이나 비를 막아 줄 최소한의 보호장비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는 날 오전에 구매했다.


생애 첫 차박이지만 혼자 가는 것보다 아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넌지시 물어봤더니 좋다고 한다. 아들은 차박에 대한 환상(?)이 있다. 그냥 주워들은 것들이기도 하고 또한 다른 친구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자랑한만한 소재가 되기에 가고 싶다고 하는 것 같았다.


함께 동행할 사람과 장비는 결정되었으니 어디로 가야 하나가 숙제거리였다. 처음이라 차를 어떻게 주차하고 또 타프는 어떻게 쳐야 하는지 기본적인 것부터 헷갈렸고, 노지에 치면 어떨까라는 환상에 젖어 있기도 했다. 여러 곳을 검색하다 "옥천 팜 랜드 캠핑장"이 눈에 들어왔다.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고 전기도 안 들어오고 인터넷 연결도 원활치 않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매력적인 요소가 되었다. 사람도 적을 것이고 더 조용하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곳으로 결정했다.

[ 블로그- 이미지 캡쳐 ]

[ 드디어, 출발하다 l


이제는 떠나는 일만 남았다. 아들과 이것저것 챙기고 출발~~, 생각보다 짐이 많다. 심플한 캠핑을 구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그리고 음악도 들어야겠고 영화도 봐야겠고... 일상의 잡스러운 것들까지 싸 짊어지고 가는 캠핑이다. 네비에 주소를 찍고 출발했지만 꼬불꼬불한 비포장도로를 만나면서 오지탐험을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일반 승용차가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길이다.

[ 캠핑장에서 바라 본, 금강 ]

드디어 캠핑장 도착.

맑디 맑은 금강이 캠핑장 주변을 둘러 감싸며 흐르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듯한 자세로 적절한 경계를 유지하며 유유히 흐른다. 평일인데 의외로 차들이 많다. 입소문이 많이 난 곳인가 보다. 소형차부터 시작해서 중형 승용차, SUV 그리고 캠핑차까지 다양한 차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차박을 위한 장소도 되지만 기본적인 구성은 일반 캠핑장이다. 그래서 각 주차된 차량 바로 옆에 텐트가 하나 씩 넓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장점은 별도의 주차장 개념이 없이 도착한 순서대로 적당한 자리에 차와 함께 텐트를 설치하면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적당한 장소를 찾다 맨 끝까지 가게 되었다. 맨 끝이라 화장실과 개수대에서는 멀지만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l 본격적 캠핑 시작하다 l


장소를 결정하고 맨 먼저 한 일은 오늘 새로 산 '타프'를 설치하는 일이다. 아직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터널형 대형 타프"이다. 타프를 꺼내고 펼쳐 본 순간 생각보다 너무 크다. 이걸 어떻게 설치할까 고민하다 우선은 터널형이기에 중간에 큼지막한 폴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폴대를 조립해서 타프랑 연결했는데 그 순간 바람이 불어 넘어뜨렸다. 들고 있으면 바람에 밀려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어쩔 줄 모르고 붙잡고 있는 아들을 보며 난감했다. 끈을 묶었다 다시 풀고 바닥에 펙을 박는데 쉽지 않다. 바닥이 모래가 많아 깊게 들어가지 않고 다시 튀어나온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지형지물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주차된 차량의 방향을 바꿨다. 차로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지만 끈을 차량 앞뒤에 묶어 고정시켰다. 바람에도 날려가지 않고 흔들림 없이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주변의 나무와 차에 묶어 고정하는 방법이다. 한쪽을 고정시키니 어느 정도 구색을 갖췄다.


차박용 텐트를 설치 후 침낭을 풀어 깔고 그 위에 이불을 펼쳤다. 아늑한 분위기의 침실이 만들어졌다. 이 정도면 포근히 잘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졌다.

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릴랙스 체어에 앉으니 허기가 몰려왔다. 그다음은 일상적인 캠핑의 밤이다. 준비해 온 숯불 위에 고기를 굽고 된장찌개와 햇반이 어우러진 근사한 식사로 저녁을 마무리했다. 사 이후 마른 장작불로 조촐한 캠프파이어를 통해 오손도손 부자의 정을 나눴다. 예전에는 불만 봐도 무서워하던 아들이 이제는 장작불 붙이는데 재미가 붙었다. 조용히 자신을 태우며 화려하게 타오르는 '불멍'에 빠져들었다. 그냥 무념무상에 젖어 있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 불멍 ]

최근에 구매한 블루투스 스피커와 더불어 태블릿으로 영화 한 편을 봤다. 집이나 영화관에서 보는 맛보다 더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작은 태블릿이지만 집중도가 높다. 그 작은 모니터 안으로 쏙 빠져들어가 영화와 하나가 된다.

[ 영화를 보다 ^^]


밤 10시를 지나서, 아들이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아빠, 저기 산 너머 봐요"

눈을 돌리다 산에 걸쳐 있는 달이 들어왔다. 해가 뜨는 것은 봤는데, 달이 저렇게 산 너머 걸쳐서 넘어오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인 것 같다. 그냥 보면 달 인지? 해 인지? 구분이 안된다. 달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

[달인가? 해인가? ]
[ 달이 산에 걸렸어요! ]

이제는 정리하고 잘 시간이다. 차박의 묘미는 아늑한 공간에서의 취침이다. 아들과 둘만 이렇게 오붓하게 붙어 자는 모습도 괜찮다. 이제는 함께 자기보다는 혼자서 자려고만 한다. 강제로 붙들고 잘 수 없는데, 이곳에서는 강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살과 살을 부딪히며 자야 한다. 나이 드니 이런 부자간의 정이 그립다. 추위를 대비해서 물을 데워서 생수 페트병에 담았다. 이 온기가 장난이 아니다. 배 위에 살짝 올려놓았더니 온 몸으로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한 사람당 데운 생수 두 개 정도면 추위도 충분히 이겨낼 만하겠다.


생애 첫 차박을 마무리하는 밤이다.

가보지 않은 길, 여기 도착하기 전까지 다양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다시 깨닫게 되는 이치가 있다.


그것은 걱정과 고민만 하지 말고 부딪쳐보라는 것이다. 삶은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몸이 우리를 일깨워준다. 결국 생각과 고민을 마무리하는 것은 몸이다. 그 몸이 깨닫고 그 몸이 익숙해지는 과정을 오늘 첫 차박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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