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저렇게 끊임없이 쏟아내고 흘려보내는 힘에 감탄하게 된다. 맑은 물줄기 속 새하얀 속살이 더해져 은근히 유혹한다. 부드러운 속살에 발 한번 떰벙 담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래서 돌 틈 사이로 발을 내딛는 순간 차디찬 냉기가 온몸을 전율케 한다.
[ 소백산 - 남천 ]
4월의 마지막 날을 아쉬워하듯 초록의 물결들이 봄바람과 어울려 춤바람이 났다. 아마도 4월이 지나감을 아쉬워하기 보다는 축제의 5월을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한 듯하다. 돌과 나무와 물이 한 가족처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곳이 계곡이다. 서로가 서로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조화와 균형의 미를 간직하고 있다. 계절마다 새 옷을 갈아입고 뽐내는 나무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꿋꿋하게 서 있는 돌을 보면서 새색시와 새신랑의 수줍은 미소가 뜨 오른다.
그러고 보면 자연은 조화의 아름다움이다.
혼자서는 만들 수 없음을, 혼자서는 아름다워질 수 없음을 자연을 통해서 알게 된다. '너를 아름답게 빛내 주는 이는 바로 네 옆에 있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서로 더불어 어울리는 삶이 어떤 것인지 계곡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 긴 줄에 온 몸을 내맡긴 벌레 한 마리...]
긴 줄에서 생존의 끈을 놓지 않고 묵묵히 기어가는 벌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 줄이 생명줄인 것 마냥 꽉 부여잡고 놓지를 않는다. 살짝 옆구리와 등짝을 만져서 떼어보려 하지만 힘이 장사다. 아마도 위기의식에 따른 생존의 본능적 모습일 것이다. 나도 세상 안에서는 저런 모습이라는 씁쓸한 마음이 움켜잡고 있던 손아귀의 힘을 풀리게 만들었다. 저 줄이 뭐라고. 다른 길도 분명히 있을 터인데 다른 길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뒤 돌아볼 엄두도 내지 못한다. 오로지 꽉 부여잡고 앞만 보고 기어가는 모습이 연민의 정을 넘어 처연한 우리네 삶과 매 한 가지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제 봄꽃들로 기지개를 켠 4월은 지나갔다.
봄의 전령사들이 세상을 초록빛으로 물들인 듯 이제는 봄꽃들이 품어 낼 축제의 시간들로 떠들썩 해 질 것이다. 벚님들은 화려하게 꽃 피우고 저물었지만 알록달록 만개한 철쭉들의 미소가 화사한 웃음으로 다가온다. 보기만 해도 따스해지고 화사해지는 가정의 달 5월을 이렇게 소백산 계곡 속에서 자연이 품어내는 향기로 시작하게 되니 절로 꽃노래가 흘려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