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픈 손가락이 있기 마련입니다. 자식이 되었든 또 다른 무엇이 되었든. 아픈 손가락에 집중적으로 치료와 관심을 두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이치겠지요. 집 나간 둘째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이 이런 게 아닐까요.
하지만 다른 자녀는 서운할 수 있겠지요. 자기 손가락만 바라본다면 모든 손가락에 애정을 쏟아야 하는 부모의 마음을 알턱이 없지요.
지난주 둘째(아들)가 대학교에서 베트남으로 봉사활동을 떠났습니다. 도착한 그다음 날부터 고열과 설사에 힘겨워하며 서러움이 북받쳐 전화가 왔습니다. 독감으로 추정되어 링거도 맞고 약도 먹었지만 며칠간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많이 아프기도 하고 혼자 외톨이가 되어 병실 같은 호텔방에 누워만 있는 모습이 처량했나 봅니다.
새벽 5시 무렵, 전화기 너머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아빠 나 죽을 것 같아요" 이 한 마디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기운내고 힘내라며 아빠가 기도할게라는 말을 남기고 끊었지만 걱정은 쉬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아내에게는 도저히 말을 전할 수 없어 좀 힘겨워한다고만 전했습니다.
그러고 출근해서 책상에 앉자마자 "아빠 나 죽을 것 같아요" 이 말이 가슴 언저리에 남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픈 손가락인 아들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이었습니다. 기도하고 목사님께도 기도 부탁드리고 걱정하며 보냈는데 10시경에 연락이 왔습니다. 열이 좀 내렸다고. 그 새벽에 교직원을 통해 응급실 여부도 알아봤는데 그분이 간호하고 해열제도 추가로 주시고 함께 간 목사님의 안수기도까지 받으며 진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부모의 마음이 이럴진대, 더 많은 사람을 챙기는 분은 아픈 손가락이 얼마나 많을까요. 쉬이 가시지 않는 새벽부터 이어진 아침의 여운을 뒤로한 채 집 떠난 둘째가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기도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