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기 전까지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기억에서도 잊히는 걸까? 돌아가신 지 1년도 채 안되었는데 엄마의 생신을 잊어버리다니...
가끔 어머니의 모습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리우면 저장된 통화내용을 재생해서 들어본다. 매번 비슷한 안부와 건강 얘기들 뿐이지만 그래도 살가운 목소리에 마음이 들뜬다. 몇 년 전부터는 치매증세와 함께 귀가 먹어셔서 서로 다른 이야기만 하다 끊는 경우도 많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 목청을 한없이 높여 부르던 그 기억도 이제는 아득한 추억의 언저리로 넘어갔다.
지금은 전화할 대상이 없어 가끔 단축번호 숫자만 바라보다 차마 누르지 못한 손가락만 허공을 맴돌다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보고 싶고 그리운 어머니
늦었지만 생신 축하드려요.^^
<강변에 서서>
- 최준영 -
강은 누워서 흐른다
강은 평생을 누워서 흐른다
세상의 소요와 혼탁에도 강은
다만 누워서 흐르고 또 흐른다.
강가에 서면 아프다
서 있는 모든 것들은 아프다
이가 아픈 것도 서 있기 때문이다
이도 강처럼 누울 수 있다면
아플 리 없다
나무도 아프다
나무도 한평생 서서 살기 때문이다
얼마나 아팠으면 저리 가지만 앙상한가
겨울은 특히 나무가 아픈 계절이다
평생을 서서 일한 엄마는
이제야 강이 되었나 보다
강처럼 누워서 흐르고 또 흐른다
붙잡을 수 없는 속도로
붙잡아도 소용없는 단호함으로
나도 강이 되고 싶다
엄마 옆에 누워서 흐르고 싶다
엄마 젖 만지며 한없이 흐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