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받기 전까지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기억에서도 잊히는 걸까? 돌아가신 지 1년도 채 안되었는데 엄마의 생신을 잊어버리다니...
가끔 어머니의 모습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리우면 저장된 통화내용을 재생해서 들어본다. 매번 비슷한 안부와 건강 얘기들 뿐이지만그래도 살가운 목소리에 마음이 들뜬다. 몇 년 전부터는 치매증세와 함께 귀가 먹어셔서 서로 다른 이야기만 하다 끊는 경우도 많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 목청을 한없이 높여 부르던 그 기억도 이제는 아득한 추억의 언저리로 넘어갔다.
지금은 전화할 대상이 없어 가끔 단축번호 숫자만 바라보다 차마 누르지 못한 손가락만 허공을 맴돌다 전화기를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