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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창균 Oct 15. 2021

망하지 않는 리테일의 비밀?

음식점의 역사로 본 트렌드

 

혹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이 어딘지 아시나요?


바로 '이문설농탕' 입니다.



[출처 : 이코노텔링]




'이문설농탕' 은 1904년경에 창업한 설렁탕집으로 117년이 된, 서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기존에 우리가 접하던 설렁탕과는 조금 다른 약간 맑은 국물과 담백한 맛이 특징인데요. 자극적이지 않은 맛과 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합니다.



[출처 : 루리웹]


그 밖에 2번째로 오래된 곳은 하얀집(곰탕 - 전남 나주시), 3번째는 내호냉면(부산 남구 우암2동) 등의 순서였는데요. 이렇게 오래된 음식점을 소위 '노포 음식점' 라고 부르잖아요? 저도 광화문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근처에 위치한 노포 음식점들을 종종 점심시간을 빌미로 찾아가곤 하는데요. 짧아도 몇십 년, 길면 100여 년의 기간 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으면서 운영이 가능한 노포 음식점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한 그릇 뚝딱.

간단하게 점심으로 먹을 수도 있고 저녁에 소주를 한잔 곁들일 수도 있는 친근한 서민 음식입니다. 물론, 해장으로도 재격이겠죠?

두 번째, 세대를 아우르는 끈끈함.

당연한 얘기겠지만 100여 년을 이어오려면 한 세대로는 불가능합니다. 할아버지 때부터 가족의 과업을 이어받기 위한 유대관계가 중요합니다.

세 번째, 위치의 중요성

서울의 '노포' 음식점은 대부분 종로구, 중구에 위치해 있고, 하얀집이라는 전국에서 2번째로 생긴 음식점도 전남 나주시에 위치해 있습니다. 바로 사람들이 모이는 시장, 중심지였던 곳들이죠.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


노포 음식점을 나열해 놓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 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이 책에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 100개를 종류별로 나열해 놓기도 했습니다. 이 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100개의 음식점 중에서 국, 탕류가 40곳이나 됩니다. 그만큼 접근성이 용이한 음식 카테고리 중 하나가 국물이 있는 음식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반대로 한정식, 백반류는 총 8 곳입니다. 생각보다 적지 않나요? 물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예전의 서민적인 음식에서 한정식처럼 차려 먹는 문화의 발전은 당연하겠죠. 다만, 특이한 점은 오래된 한정식집은 처음부터 정식 메뉴를 선보이던 게 아니었습니다. 경남 창원에 '불로식당' 이라는 곳도 70년이나 된 한정식 집인데요. 처음엔 인근 항구에서 구할 수 있는 생선으로 생선국집을 운영하다가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올라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메뉴를 한정식, 코스로 변경한 것이죠.

즉,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먹을 수 있거나 트렌드에 맞춰서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워낙 오래된 곳들이다 보니 맨 처음 음식점 문을 열 때는 아무것도 없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위 '00골목' 처럼 Neighboring을 형성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은호식당(꼬리토막), 진주집(꼬리곰탕) 은 모두 서울 중구 남창동에서 영업을 하고 있고 100m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금은 남대문 갈치조림 골목으로 유명한 곳이죠. 당시에는 여러 업종들이 문을 열었지만 '꼬리'를 사용하는 이 두 음식점은 역사가 깊도록 그 맛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꼬리골목이 될 법도 한 이곳이 어떻게 갈치골목이 되었을까요?


[익스피디아]


남대문시장은 그 역사가 무려 600여 년이 된 서울의 중심 시장 중 하나인데,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앞서 말한 꼬리를 취급하는 음식점뿐만 아니라 수많은 업종들이 생겨 났었습니다. 그중에서 희락식당, 왕성식당 이라는 두 곳이 갈치조림을 특화해서 판매했고 이게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서 언론사를 통해 소개되면서 인근에 영업을 하던 여러 음식점들이 전부 메뉴를 갈치조림으로 바꾸면서 지금의 '남대문 갈치조림 골목' 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얌테이블]



여기서 착안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정도 일 것 같은데요. 먼저, 꼬리를 취급하는 업체의 굳은 심지. 워낙 맛도 있고 단골들도 많으니 큰 고민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전국에서 심지어 해외에서도 방문하는 갈치 골목이 되었을 때 분명 메뉴를 추가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했을 법도 한데, 꾸준히 지속적으로 버틴 게 신의 한수 라고 생각이 드네요. (지금 갈치골목은 한산해졌습니다..) 다음으로는 메뉴의 선점. 이 부분은 갈치조림이라는 메뉴를 선점한 음식점에 해당됩니다. 남대문 시장에는 수백 개 이상의 음식점들이 있었을 텐데 그중에서 나름 저렴했던 갈치를 매콤하게 조리해 상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점은 메뉴 개발에 있어서 주변 상권을 나름의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한국의 음식점들만으로도 수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지금의 리테일 시장은 어떨까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의 비밀



여러분 빵 좋아하시나요? 제가 인생 빵이라고 기억하는 게 있는데,

예전에 매형이 파리에 파견가 있을 때 마침 제가 런던에 있어서 몇 번 놀러 간 적이 있거든요. 그때 매형네 집 근처에 있던 빵집에서 2가지 빵을 산 기억이 있어요. 하나는 바게트고 하나는 식빵? 같은 종류였어요. 집으로 가져와서 아무 생각 없이 빵을 손으로 대충 뜯어서 입에 넣는 순간 동공이 확장된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원래 바게트는 너무 딱딱해서 저는 싫어했었는데, 그때 그 바게트는 갓 구워낸 것처럼 폭신폭신해서 자꾸만 손으로 뜯어먹게 되었고, 식빵?이라고 생각한 빵은 약간 연유 맛이 나면서 은은한 단맛이 입안에 퍼지더라고요. 그때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아, 나 빵 좋아하는구나?'



요즘은 밥 먹고 카페 가서 빵 하나 먹는 게 거의 1+1=2 같은 공식이잖아요. 그 덕에 수많은 카페가 생겨나고 카페에서 마실 음료가 메인이기도 하지만 베이커리, 디저트 가게처럼 빵이나 케이크, 디저트류가 메인인 카페도 많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여기의 이유 중 하나론 유현준 교수님이 쓰신 여러 책에서 언급되기도 하는데 ('공간의 미래') 바로 벤치의 부재. 공원이나 벤치처럼 길거리에서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곳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카페가 만들어지고 흥행하는 것인 거죠.


Our Bakery 라고 아시나요?


[아우어베이커리 x 하겐다즈]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가장 핫한 Bakery Cafe 중 한 곳인데요.

Bakery 라고 하면 우리가 가장 쉽게 동네에서 접할 수 있는 파리바게트, 뚜레쥬르와 같은 '프랜차이즈' 형태가 있고 역사와 전통성을 지키며 오랫동안 영업해오고 있는 태극당, 이성당과 같은 '명장'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그 밖에는 아기자기한 작은 동네 빵집들이 대다수였는데, Our Bakery가 그 중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마치 Contemporary Bakery 라고나 할까요?


[인스타그램 게시물 #10만개가 넘는 Contemporary Bakery]




1. Contemporary Bakery

기존의 우리가 생각하는 '빵집' 은 이런 모습 아닐까 싶습니다.

[꼬마인쇄소]


사실 아직도 대부분의 빵집은 가판대에 바게트도 있고 여러 종류의 식빵, 모카빵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빵집은 빵의 예쁜 모습을 보고 구매하기 위한 공간이 그 목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하지만 Our Bakery의 모습은 어떨까요?


[DECO JOURNAL]
[네이버 블로그 큐티파이]


인테리어적으로 화이트와 우드톤으로 통일성 있게 마감을 하였습니다. 한국의 80-90년대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내부 마감은 화려하기보다 편안하면서 감각적인 톤 앤 매너를 유지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공간에서 벽면에 걸린 미디어를 한참 동안 뚫어져라 봤었거든요?

마치 국립현대미술관을 가면 종종 볼 수 있는 미디어아트적인 요소가 있었어요.

Our Barkery 직원들이 빵을 사정없이 먹는 모습을 담았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도 저렇게 입에 묻혀가면서, 맛있게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티스토리 : 개미의 취향]


그리고 새로 생기는 매장들을 보면 매장에 '빵 사진' 을 스타일리시하게 걸어놓은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Bakery Cafe에서, 빵집에서 빵 사진을 걸어 놓은걸 많이들 보셨을까요?

그것도 정적인 사진이 아니라 빵을 뜯고, 커피를 따르는 등의 금방이라도 사진을 뚫고 내입 속으로 들어올 것 같은 역동적인 사진을 보신 적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Our Bakery 는 빵을 단순히 '먹는 음식' 이 아니라 '보는 음식' 이라는

Contemporary Barkery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죠.




2. 매장의 위치를 선택한 이유


Our Bakery 압구정로데오 1호점을 기점으로 강남역점, 잠실롯데, 가로수길점으로 시작해 지금은 수십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최근 주말에 로데오를 가면 정말 사람들이 모~든 매장을 빼곡히 채운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워낙 사람들이 많다 보니 최근 압구정 로데오 음식점들 매출 집계를 보면 월평균 1억을 넘는 곳들이 대다수 일정 도라 하더라고요.

하지만 처음 1호점이 생길 때만 해도 압구정은 예전 명성만 하지 못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던 곳이었는데요.

지금은 1층 기준으로 전용 평당 30만 원선까지 책정되는데 아마도 당시에는 지금보다 임대료가 조금 저렴했을 것 같네요. (당시에 평당 20~25만원으로만 계약을 하면, 1층 기준으로 월 900만 원까지만 지불해도 되는 정도)그리고 압구정은 지금처럼 모든 사람들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는 아니었지만 강남권역 다수의 사람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스테디 한 상권임엔 여전했죠.

그리고 무엇보다 건물의 상태 또한 중요한데요.


[네이버블로그 : USUWA]


아우어베이커리 도산점 1층은 2개면을 파사드로 갖고 있어요. 특히 1층 기준으로 45평 되는 면적임에도 불구하고 채광이 있는 파사드를 2개나 가진 건물을 더군다나 없었죠. (인근을 둘러봐도 1층 기준으로 40-50평대면 굉장히 큰 바닥 면적을 갖고 있는 위치 중 하나)


[과거 아우어베이커리 건물]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2014년도까지 사용하던 건물을 2015년도에 새로 신축한 건물이었기 때문이에요.

위의 사진을 보시면 기존엔 필로티 구조의 건물로 주차의 편의성은 지금보다 뛰어났을 수는 있으나 1층 접근성이 떨어지고 한쪽면만 파사드를 사용할 수 있는 단점이 있었죠.

신축 건물이라 임대료가 엄청 저렴하진 않았겠지만 도로 이면에 위치하면서 넓은 파사드를 갖고 있고, 특유의 옐로톤의 벽돌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표출하기 제격이지 않았을까요?




3. 뭐니 뭐니 해도 Money



퀴즈 하나 풀고 갈까요? 맨 처음 언급했던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음식점은?

바로, 이문설렁탕이었죠?

그렇다면, Our Bakery처럼 트렌디한 F&B(Food & Beverage, 식음료)와 노포 식당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aipharos.com]


바로, 매장의 개수입니다.

노포식당은 대부분 1호점을 몇십 년 전통성 있게 관리하고 운영하는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그에 반해 최근에 문을 연 여러 F&B 브랜드들은 한 개의 매장으로만 운영되는 곳은 사실 거의 드물죠. 과연 이유가 뭘까요?

사실 F&B 매장을 운영해보면 순수하게 나에게 떨어지는 영업이익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영업이익이 10% 안 되는 곳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합니다. 그럼 결국 절댓값인 매출을 높게 해야 영업이익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겠죠? 유명한 노포 식당은 평일 주말을 막론하고 점심, 저녁으로 웨이팅이 있으니 절대 매출 값이 높고 영업이익도 자연스럽게 높아져서 운영이 용이한 편인 거죠.

그래서 많은 음식점 브랜드들이 가맹점을 유치하고 가맹비용 등을 통해서 부가수익을 창출하죠.


[아보카도]


하지만 모든 곳들이 가맹을 통해서 확장을 하는 건 아니겠죠. 소위 브랜드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예를 들어 Our Bakery 같은 경우는 어떤 식으로 확장을 했을까요. 여기서 소위 핫한 브랜드들의 트렌드가 나옵니다.

바로 'Contents Creator' 그룹인 거죠. Our Bakery 는 CNP라는 회사에서 만든 베이커리 브랜드이고 이 회사는 이전에 더블트러블, 무사초 등 여러 F&B를 운영하다가 '도산분식' 이라는 콘셉트의 매장이 대박을 터뜨렸고 'Our Barkery' 도 연달아서 히트를 치게 된, 히트 메이커가 된 경우죠. 그러고 나서 '나이스 웨더'처럼 핫한 편집샵도 런칭해서 더현대 서울에도 입점을 시켰죠.


결국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를 증명한 회사입니다. 여러 차례 사업을 시도했고 실패도 많이 했지만 결국 1개의 성공을 토대로 또 다른 성공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방식이라는 거죠.


최근에 소위 핫플레이스라고 떠오르는 곳들 중에서 생각보다 많은 곳들이 다른 종류의 F&B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곳도 많고, 모회사로 전혀 다른 광고나 건설 등을 보유하고 있는 곳들도 많습니다. 단순히 '음식점' 이라는 곳이 예전에는 '맛' 하나로 모든 걸 대변할 수 있었지만, 이제 소비자는 '맛' 뿐만 아니라 공간의 '경험' 의 차원에서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브랜드가 사랑을 받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광고회사가 모회사인 경우 본인들이 새로 만든 음식점을 그 누구보다 잘 홍보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혹은 부동산 회사에서 음식점을 만들면 누구보다 합리적인 임대료 혹은 수익구조로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여기서 맛과 인테리어는 이제 기본 인 셈이죠.


[한국일보]


이상으로 노포식당을 통해서 본 역사 깊은 음식점들이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과 변화하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지금의 F&B 브랜드는 어떤 식으로 살아남는지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큰 주제를 단편적인 예시로 설명하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의문이 생겼을 것 같은데요.

이쯤 되면 소위 최근 잘된다는 오프라인 브랜드의 비밀이 궁금하지 않으실까요?


다음번엔 잘 나가는 오프라인 브랜드의 숨겨진 비밀을 여러 방면으로 분석해서 공유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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