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에서 배우는 부동산 개발 노하우
"가질 수 없는 너"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뱅크라는 가수가 부른 아주 오래(?)전의 발라드 노래입니다. 노래는 제목 그대로 가질 수 없는 너에 대한 갈망을 장렬하게 부른 노래인데요. 노래 좀 불러 본 분이라면 노래방에서 세레나데로 선택하다가 장렬히 전사하게 되는 곡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가질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명품'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명품을 떠올리면 어떤 브랜드가 생각나시나요? 명품도 Grade가 있다고 하죠. 패션 명품 브랜드라면 단연 '에르메스'는 No. 1 럭셔리 패션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의 안장을 만들면서 출발한 브랜드로 흔히 알려져 있는 브랜드이고, 유명한 '버킨백'은 수천만 원의 가격을 이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1. 가질 수 없는 너
예전에 신혼여행으로 파리에 있는 에르메스 매장을 들른 적이 있습니다. 아내의 선물을 사기 위해 들렀을 때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스카프나 주얼리류는 당일에 구매할 수 있지만, 가죽으로 만들어진 레더굿즈의 경우 매일 온라인으로 사전 등록을 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신청한 사람들 중 일부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죠. 말 그대로 갖고 싶어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에르메스 백'**이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매장에서 가죽 제품을 보는 사람 손 한켠에는 버킨백 하나씩은 들려져 있더군요. 사실은 연간 일정 금액 이상을 에르메스에서 사용해야 기회가 주어진다고도 합니다.) 그렇게 신혼여행 내내 구매 시도를 했지만 결국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에르메스를 보면서 느낀 명품의 두드러지는 특징이 몇 가지 있습니다.
상징적인 로고, 네이밍, 이미지가 있음
높은 가격으로 아무나 구매할 수 없음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희귀성
경기에 영향을 받긴 하지만 결국 우상향
이렇게 명품의 특징을 나열하고, 에르메스에서 구매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박탈감(?)을 느끼고 나니 왠지 모르게 무언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바로 '부동산'이었습니다.
부동산의 특징
부동산, 흔히 말하는 건물주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부자라는 이미지가 연상됨
말 그대로 자산가. 돈이 있어야 가능함
돈이 있다고 누구나 좋은 부동산을 가질 수 없음
부동산은 우상향한다(?)
명품과 비슷한 부분이 많지 않나요? 유사점을 나열한 부분도 있지만 명품과 부동산이 갖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명품이라고 모두 다 같은 취급을 받을까요? 소비자들이 느끼는 명품에 대한 선호도에도 순위가 있습니다.
이렇듯 명품에도 나름의 순위가 있습니다. 매출의 크기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서두에 밝힌 것처럼 명품 브랜드 각각에 대한 Grade가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부동산에도 당연히 Grade가 있겠죠? 쉽게 생각해보면 좋은 부동산이란 '입지'에 따른 차이라고 보여집니다. 말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가장 우선순위는 '입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따라서 사람들의 트래픽이 많은 지역의 대로변에 위치한, 즉 접근성이 용이한 부동산이 '명품 부동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다음 순위로는 소위 '골목길'이 되겠죠. 메인 대로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순위가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점점 중심에서 멀어지고 사람들의 접근성이 어려워지는 곳에 위치한 부동산의 Grade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강남구—동작구—구로구로 비교해보면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가격의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입지에 따른 비교를 위해 쉽게 위치적으로 설명한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명품이 브랜드의 네이밍이나 밸류로 순위가 매겨진다면, 부동산은 물리적인 요소로 인해 가치 평가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명품의 순위는 변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명품 브랜드의 순위는 꾸준히 변해 왔습니다. 소위 탑티어라고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의 경우엔 1, 2, 3위의 변동이 적었지만 그 외의 명품 브랜드는 소비자 선호도가 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랭킹을 보여주는 차트를 보면 에루샤 브랜드 외에도 포르쉐, 롤렉스, 티파니 등의 브랜드가 TOP 10을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포르쉐만이 1위를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브랜드들은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명품 패션 브랜드 중에서 앞서 언급한 에루샤의 랭킹 변동은 적었지만 구찌의 경우 2018년 이후 패션 업계 1위인 루이비통을 앞지르다가 2024년에 에루샤에 밀려 순위가 낮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명품 브랜드 중 순위가 바뀌는 브랜드와 바뀌지 않는 브랜드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명품 브랜드 중에서 상위 랭킹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명품과 부동산의 공통점이 있다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에서 부동산에 적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2. 명품의 특징
명품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순위가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순위가 바뀌는 것은 바로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변합니다. 원래부터 누구나 가질 수 없는 '명품'도 결국은 사람들의 구매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해야 명품 자체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법인 것이죠.
예를 들어 주요 명품들이 위치한 거리를 살펴볼까요? 국내에서는 '명품거리'라고 불리는 청담사거리가 대표적입니다.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웬만한 명품 브랜드는 모두 이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연합을 이루어 한 지역에 명품촌을 이룬 것입니다. 짧게나마 명품거리의 역사를 훑어보면 1900년대 후반, 압구정 현대백화점(1985)과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의 재개장(1990)이 이뤄지면서 이 지역이 명품거리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996년 서울시가 특화거리 조성 계획을 실행해 청담동 자체를 '패션'으로 특화시켰습니다. 그리고 2008년 지식경제부가 압구정 청담동을 '패션특구'로 지정하면서 '청담패션거리'가 된 것이죠.
이렇게 거리를 형성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접근성이 용이해집니다.
쉽게 '마트'를 떠올리면 좋겠네요. 장을 보러 마트에 간다는 것은 집에 필요한 '이것저것'을 모두 살 수 있기 때문인데요. 마트 입구를 가면 대부분 형형색색의 컬러풀한 식자재들이 가득 차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초두효과를 자극시키기 위함인데요. 사람들에게 시각적 자극을 선사하고 구매 욕구를 더 자극시키는 것이죠. 그런 연유에서인지 마트를 가면 원래 구매하려던 것보다 더 많은 제품을 구매하곤 합니다. (구매 리스트를 꼼꼼하게 지키지 않는 저처럼 말이죠.) 이렇게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죠.
명품을 마트에서 쇼핑하는 것처럼 이것저것 사기란 쉽진 않겠지만, 명품을 소비하는 사람 입장에선 기왕이면 여러 명품을 한 자리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게 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백화점에는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고, 소비자는 백화점에 '명품 쇼핑'을 하러 방문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나 백화점 명품 매장의 경우 디스플레이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데요. 바로 우리의 욕망을 자극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인 셈인 것이죠. 또한 웨이팅 시스템을 도입해 같은 백화점이라 할지라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진입장벽을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희소성이 브랜드의 가치를 올려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명품 브랜드의 순위는 결국 사람들이 인식하는 브랜드의 가치와도 영향이 있습니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은 명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잘 아는 브랜드들 중 하나입니다. 특히 에르메스의 경우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제품 수량도 한정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명품 of 명품
명품 소비의 둔화와 경기침체에서도 에르메스는 20% 이상 성장한 유일한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실제 매출 자료를 살펴보아도 2020년 -7%대 매출 하락을 제외하곤 최소 15% 이상 매년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르메스는 브랜드 앰배서더가 없습니다. 우리가 매체에서 볼 수 있는 유명 연예인이 브랜드 엠베서더로 활동하는 모습을 에르메스에서는 볼 수가 없죠. 또한 마케팅이나 홍보 부서를 따로 두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입장에서 마케팅에 소극적이라는 것은 굉장히 리스크가 있는 부분이지만 에르메스는 오랜 세월동안 고수해온 이미지로 마케팅 조차 뛰어넘는 브랜드력을 형성한것 같습니다.
또한 ‘돈이 있어도 아무나 살 수 없는 가방’으로도 유명합니다. 제가 파리에서 그렇게 구매하고 싶어서 시도를 했음에도…. 살 수 없었던것처럼 말이죠. 버킨백, 켈리백처럼 유명한 제품의 경우 매년 12만개로 공급량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더해 고객 1명이 연간 2개 가방만 살 수 있도록 하기도 하죠. 그 덕분에(?) 가방의 가격은 수천만원은 물론이고 수억원을 자랑하는 재테크 효자 상품입니다.
브랜드의 희소성
에르메스에서 방법론을 착안해 본다면 첫번째로는 누구나 가질 수 없는 희소성이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부분을 배울 수 있을것 같습니다. 만약 부동산이 이러한 브랜드를 가진다면 사람들은 해당 부동산을 브랜드로 인식하고 구매하고 싶은 욕망을 느낄 수 있겠죠. 예를 들어 고가 주거로 대변되는 시그니엘이나 나인원, 에테르노 등이 있을 수 있겠네요. 물론 입지적이거나 기능적인 부분도 그만큼 중요한 요소겠지만 이름만 들었을때 느껴지는 고급스럽고 고가의 주거상품이라는 것은 뉴스, 매체 등에서 ‘신고가 갱신’ ‘유명 연예인 매수’ 등과 같은 기사를 다루면서 더 한정적이고 유니크한 자산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게된것 같습니다.
해외의 사례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만’은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 호텔 브랜드입니다. 뉴욕 맨해튼에 생긴 ‘아만 뉴욕’에는 아파트 22채와 호텔 80여객실이 있는 초고가 시설인데요. 이 중 펜트하우스가 2024년에 1억 3,500만 달러(약 1,870억원)에 팔리면서 맨해튼에 거래 된 주택 중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아만뉴욕에 있는 몇채 안되는 아파트면서도 펜트하우스라는 희소성이 구매자의 욕구를 자극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약 350평이나 되는 아파트이긴 하지만 그래도 1,000억이 훌쩍 넘는 아파트를 구매한 이유에는 아만이라는 브랜드도 한 몫했다고 생각됩니다.
콘텐츠의 희소성
에르메스는 결국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입니다. 전세계에서 가죽 제품으로 유명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보니 특히나 가죽 제품이 사랑받기도 하죠. 그 외에도 스카프나 쥬얼리도 에르메스 이름을 달면 물론 잘 팔립니다. 근데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켈리백, 버킨백은 연간 12만개 정도만 생산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때문에 사람들은 더더욱 해당 가방을 갖고 싶어 안달(?)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나 살 수 없다는 것은 누구도 아무나가 되고 싶지 않단 이야기겠죠.
부동산의 경우엔 물리적인 플랫폼에 해당합니다. 부동산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경우는 앞서 언급한 고급 아파트와 같은 시설 외엔 잘 없습니다. 보통의 경우 부동산을 물리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콘텐츠를 잘 담는 그릇처럼 묘사하곤 합니다. 이때 부동산이 담아내는 콘텐츠가 희소하면 할 수록 부동산의 가치를 인정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새롭게 생긴 신도시라고 생각해봅시다. 이곳에 아파트가 생겨났고 입주민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일반적인 병원들도 개원을 하기 시작합니다. 내과, 외과 등 기본 진료과목들이 생겨나는 것이죠. 그럼 이때 자연스럽게 가장 많이 찾게 되는 곳은 무엇일까요? 바로 ‘약국’입니다. 인근에 거주민들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병원이 생겨나면 자연스럽게 약국이 필요하게 됩니다. 물론 순식간에 약국이 다수 생겨날 수도 있지만, 그 전 상황을 한번 가정해봅시다. 이제 막 약국 1곳이 오픈했습니다. 그럼 모든 진료 처방전을 들고 사람들이 해당 약국으로만 가겠죠? 바로 약국의 독과점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나면 약사는 해당 약국 자리를 높은 권리금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 됩니다. 바로 희소한 약국 자리로 큰 돈을 벌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물론 시간이 지나 약국이 많이 생겨나면 그 희소성도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바로, 약국이든 어떤 곳이든 ‘콘텐츠의 희소성’이 부동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명품과 부동산의 관계
국내 명품 시장에 하나의 큰 ‘사건’이 있었는데요. 바로 구찌의 한남동 진출과 디올의 성수동 진출입니다. 국내에서 명품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백화점이나 청담동 명품거리가 유일했습니다. 하지만 그 편견을 뒤바꾼 것이 바로 구찌와 디올의 타 지역 진출이었습니다. 특히 디올의 경우 성수동 일대가 함께 핫플레이스로 성장하면서 디올 성수 스토어가 인증샷 맛집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사실 국내의 명품 시장은 해외와는 다소 상이한 부분이 존재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에루샤’를 포함해 대부분의 명품들은 백화점내 입점해 있습니다. 그리고 청담사거리 지역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그 외의 지역엔 전무했었죠. 그렇기 때문에 구찌의 한남동 진출이나 디올의 성수 진출이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올 정도로 진귀한 상황처럼 느껴졌습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주요 명품들은 백화점은 물론이고 긴자나 오모테산도 등 다양한 지역에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국내외 관광객 방문객 수가 많고 수요가 많기 때문인 이유도 있겠지만, 유독 대한민국의 명품스토어들은 백화점와 청담동을 고집한 점이 특이한 점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명품 브랜드들이 한남동과 성수동에 터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브랜드들도 점차 다른 지역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고민하게 되겠죠.
Fifth Avenue New york
명품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선-후 관계를 따져보면 명품이 후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명품 브랜드가 들어서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오히려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유명한 도심 중심에 명품 브랜드가 하나 둘 생겨나면서 부동산 가격을 견인하기도 하죠. 어쩌면 당연한 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명품 브랜드가 누구나 잘 모르는 곳에 생겨날 이유는 없겠죠. 대신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지역이면서 브랜드 노출에 제격인 곳을 선택 하는게 옳은 방향성일 것입니다.
혹은 백화점이나 아울렛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모든 백화점과 아울렛에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더현대의 경우 초기에는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이 입점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더현대가 엄청난 성공을 이루자 루이비통이 입점하게 된 것이죠. 여기서 살펴볼 점은 백화점이나 아울렛처럼 기존의 시설이 명품을 품었던 시설이라면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명품이라는 브랜드에서도 ‘학습된 경험’에 의해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 것이죠. 완전히 새롭게 생겨나는 시설, 건물, 부동산보다는 경험이 있는 백화점, 아울렛과 같은 시설에 입점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더 수월한 법입니다.
4. 부동산에 명품을 담는 방법?
그럼 ‘명품을 유치하기 위해선’ 무조건 백화점이나 아울렛이 되어야할까? 물론 더 수월한 방법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인사이트를 한 가지 얻을 수 있습니다. ‘백화점이나 아울렛’과 같은 하나의 플랫폼이 된다면 명품 혹은 다른 콘텐츠도 유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부동산을 만드는 입장에서 비교 우위를 갖는 건 ‘입지, 가격’ 등이 될 것입니다. 그 후 개발하는 과정에서 건축물의 ‘외관’과 같은 건축적 요소도 중요하게 되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변화성이 무궁무진 합니다. 입지와 가격은 장소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 매번 좋은 입지와 좋은 가격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죠. 건축도 마찬가지 입니다. 유명 건축가와 함께 부동산을 개발하는 일은 극소수에만 해당 됩니다. 그만큼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되기 때문이죠. 만약, 우리가 만드는 부동산이 넷플릭스가 된다면 어떨까요?
넷플릭스는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품고 있습니다.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콘텐츠는 저마다 다를 수 있고 콘텐츠에 따라 가입자 수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서 만들어낸 영상 콘텐츠의 퀄리티가 좋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구독료를 지불하면서 이용하고 있는 것이죠. 영상들 중 다수는 넷플릭스가 기획 및 제작한 콘텐츠도 다수이며, 그 콘텐츠의 퀄리티 또한 타 영화나 플랫폼과 차별성을 가질만큼 뛰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만약 부동산을 만들때마다 ‘넷플릭스’라는 이름이 걸린다고 생각해보세요. 넷플릭스가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짓고 그 속에 영화나 영상 콘텐츠와 관련된 것들로 가득 채우는 것입니다. 단순히 영화 홍보를 위한 장소일 뿐만 아니라 관련 회사들이 들어와서 오피스로 사용하기도 하고, 영화 속 장면을 구현해낸 호텔에서 영화와 같은 1박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 후 새롭게 만들어지는 부동산은 우리가 쉽게 관람하는 ‘넷플릭스’처럼 또 다른 기대를 갖게 되지 않을까요?
물론 부동산을 실제로 만드는 저의 관점에선 ‘넷플릭스 같은 부동산’ 은 넷플릭스가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약간의 상상력을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적 관점은 부동산을 바라보는 아주 좋은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플랫폼이 어쩌면 브랜딩이 될 수도 있고 건물의 네이밍, 타이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본질적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한데 포괄할 수 있는 부동산을 만드는 핵심 방향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나 부동산을 만들고 그 속에 대기업이 들어오고 그래서 부동산을 파는 일련의 과정이 영속될 순 없습니다. 부동산이 무한정이지 않고, 대기업과 같은 자본력을 가진 회사도 무궁무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더 중요한 건 보다 더 명확한 방향성을 가진 부동산을 만들고 그 속의 콘텐츠 또한 함께 기획함이 합치될때, 더 완성도 높은 공간을 우리는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