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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알박기에 미쳐있다

by 우창균


알박기라고 아시나요?


개발되는 넓은 토지 중 일부분을 (대부분 굉장히 작은 부분) 소유하면서 비싼 값에 팔려는 마음을 먹거나 실제 그렇게 행동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중요한 정보를 미리 얻고, 이러한 행동을 통해 자본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면 또 다른 투자의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윤리적, 도덕적,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한 연애프로에서 참가자 중 한명을 이렇게 소개하기도 합니다.

"땅 10만평을 갖고 있는 사람을 소개합니다!" 그러면 다들 "와-"라는 탄성을 일으키죠.

물론, 땅의 가치를 재빠르게 환산해 보유한 사람의 재력을 순식간에 계산한 다른 참가자들의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규모는 가늠이 되지 않더라도 '드넓은 땅'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압도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도 땅, 건물, 부동산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들을 갖고 있는 사람을 우러러 보거나,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땅을 소유하고 싶을까요?



조금 먼 과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과거의 우리(정확히, 우리와 닮은 부분이 있는)는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동굴이나 나무 아래에 잠깐씩 거주하며 수렵·채집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수렵 활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과거에서 식물과 동물이 가축화되기 시작하면서 유목 활동에서 농업 공동체로 전환되기 시작했습니다. Jared Diamond가 쓴 "총, 균, 쇠"에서는 농업이 강력한 문명의 발흥을 이끈 주요 요인이라고 주장합니다. 농업 사회는 잉여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하여 소규모 이동 집단만 지원할 수 있었던 수렵채집 공동체보다 인구가 더 크게 증가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는 밀과 보리의 재배가 사회 계층 구조와 노동 전문화를 통해 복잡한 사회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신뢰할 수 있는 식량 공급원을 제공했습니다.


렇다면 전쟁은요? 왜 벌어지는 걸까요?

결국 영토를 확보하기 위함이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입니다. 메소포타미아의 영토 분쟁, 로마 제국의 광대한 정복, 현대 사회의 중동 전쟁 또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수세기 동안 우리의 생계와 경제를 책임진 자원을 공급한 토지는 서로 조금이라도 더 갖기 위해 안달이 난 인기 상품인 것이죠.

우리 개개인은 살생을 저지르는 전쟁을 직접 치를 순 없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또 다른 전쟁을 통해 땅,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바로 부동산 투자가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영토 전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영토 전쟁을 토지의 확보, 부동산 투자로 이해했습니다. 그럼, 주택 매매 가격 변동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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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도권 및 지방 주택매매가격변동률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가격변동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21년에 급격한 상승 후 2022년과 2023년에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2024년 현재 상황만 반영하더라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는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우린 과거에 부동산을 사지 않은 스스로를 원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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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요? 미국의 주택가격지수House Price Index를 1992년부터 살펴보면 증가하는 구간과 급락한 구간이 있지만 주식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는 우상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경제, 금융위기, 코로나 등으로 인해 미국 부동산 가격에도 큰 영향이 있었지만 넓은 추세로 보면 과거에 비해 계속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를 막론하고 부동산의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 덕분에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과거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서울과 수도권 지역 직장인 398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관련 스트레스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309명(77.6%)이 집값으로 인해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 외에도 부동산 고민으로 두통이나 불면증상을 경험한 직장인이 151명(37.9%), 주택 소유자의 74%, 무주택자의 81%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본 조사는 과거 2000년대 초반의 부동산 광풍으로 인해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겪은 부동산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 중 하나입니다.

물론 이러한 '부동산 스트레스'는 시장의 상황에 따라 충분히 변동성이 있고 사람에 따라 다른 영향이 있겠지만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자연발생적 심리 상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때문에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번씩은 갖기 마련이죠. "이제 막차면 어떻게 하지?"



우리는 흔히 '부동산은 우상향이야'라는 이야길 많이 합니다.

이는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분명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래프 결과치가 이를 증명하죠. 하지만 '부동산=우상향'이라는 조건만으로 성립하는 정의일까요? 저는 앞서 언급한 진화론적, 유전적 관점의 영토 확보에 대한 욕구가 분명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땅을 확보함으로써 그 위에 생겨날 가축과 농작물 그리고 거주지의 확대입니다. 바로 '땅 위에 생길 무언가'를 위해서 그렇게도 열심히 땅을 확보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농부가 아닌 현대사회의 우리는 어떨까요? 부동산을 왜 확보할까요?


첫 번째는 바로 주거지의 확보입니다. 이는 과거의 영토 확보와 거주지 마련과 연관성이 있어 보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발을 딛고 서 있는 땅 위에 내가 거주할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 하는 감정은 변하지 않는 법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땅 위에 내 집 하나 갖고 싶기 마련이죠.)

두 번째는 투자의 수단입니다. 흔히들 부동산은 대체투자의 수단으로 생각합니다. 인터넷만 봐도 '부동산 투자 강의'라는 클래스는 손쉽게 찾아볼 수 있죠. 하지만 여기서 '투자의 수단으로서 부동산'이 창출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수익' 즉 '돈'입니다. 부동산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우리의 주머니 속, 통장 속 잔고를 늘리고 싶어 하는 것이죠. 결국 과거의 토지가 농작물을 길러내어 배를 부르게 해주거나 이를 판매해 또 다른 재화 가치를 창출했다면, 지금의 부동산 투자는 농작물, 가축을 대신하는 재화를 창출하는 또 다른 수단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첫 번째, 두 번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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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바로 '수단'

부동산은 결국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거주지를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은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투자를 하기 위해 부동산은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즉, 부동산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땅 위에 아무것도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냥 자연 속 들판이랑 다를 게 뭐가 있을까요?

경제가 순환하면서 부동산 호황기라든지, 부동산 투자 강의 붐 같은 현상들이 많이 생기곤 합니다. 그리고 부동산을 언급하면 왠지 모르게 투자에 대해 잘 아는 것만 같고 전문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될 것은 부동산은 결국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유저가 있어야 부동산의 가치도 있는 법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빈집 현상만 살펴봐도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거의 2배 크기인 일본의 대지가 도심을 제외하고 빈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마냥 땅이 크다고 좋은 게 아니라 결국 누군가가 사용할 만한 가치의 땅이자 부동산이라는 게 더 중요한 것입니다. 유저가 있어야 부동산도 있는 법입니다.

우리가 알박기를 하는 이유도 땅이 좋아서라기보다 그 땅으로 얻을 로또 같은 행운 때문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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