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부동산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돈'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바로 '지속 가능성'입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모든 것은 인풋Input이 있어야 아웃풋Output이 있습니다. 이때 여러 인풋이 있겠지만, 그 중 돈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웃풋 또한 여러 요소가 있지만 돈이라는 결과물이 있어서 또 다른 인풋을 넣을 수 있고, 지속 가능성 있는 운영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레고를 만든다고 치면, 돈의 의미는 레고 제품을 개발하고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행위와 같습니다. 레고 제품군 중에 '아키텍쳐'라고 있습니다. 한번쯤 보셨을 법한 '세계의 건축물'을 레고로 구현한 제품 라인입니다. 말 그대로 레고로 전 세계의 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 것이죠. 이때 이런 새로운 라인을 개발하기 위해 인풋이 있었을 것이고, 한때 트렌드가 되면서 소비자들이 구매해서 집안 한켠을 장식하는 장식품으로 사용했습니다. 이런 소비가 이어지자 또 다른 제품 라인을 만들고, 추가 구매가 이뤄지고, 이런식으로 레고의 다양한 상품군들이 확장될 수 있는 것입니다. (덕분에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이는 비단 제품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공간,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리적으로 부동산을 개발한다면 오피스, 호텔, 리테일 등 결국 돈이 있어야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마치 레고에서 여러가지 아키텍쳐 상품군이 나오는것과 유사합니다. 또한 하나의 건물을 완성하였어도 '돈'의 힘은 유효합니다. 바로 지속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건물을 짓고 소유하게 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갓물주'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건물을 짓기만 하면 끝난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건물을 소유하고도 많은 비용 지출이 필요하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건물을 소유할 당시 취득세부터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금은 물론 건물을 운영할때 지불하게 되는 시설유지, 보험료, 각종 공과금 등 끊임없는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소위 현금흐름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건물이라는 것은 인풋이 정말 많이 들어가는 것임에는 분명하죠.
결국, 건물을 통해서 창출되는 '돈'의 흐름이 있어야 위의 다양한 인풋을 커버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건물 운영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흐름이 충분하다면 또 다른 건물을 살 수도 있겠죠.
규모를 조금 작게 생각해봐도 비슷합니다. 골목길에 작은 카페를 운영한다고 가정해볼까요? 어떤 카페를 만들지 모색하고, 인테리어 공사와 커피 및 베이커리 머신을 구비합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직원도 채용하겠죠? 이러한 공간을 운영하려면 결국 소비자가 찾아와야 합니다. 하루에 몇명씩, 매출이 발생하게 되면 매달 지불하는 임대료와 각종 관리비, 재료비 등 원가를 지불하고 이익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순환이 꾸준히, '지속적'으로 발생하여야 운영이 가능한 것입니다.
공간에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았는데, 그럼 어떤 공간에 돈이 모이는 것일까요?
이때 돈이 모인다는 관점을 나눠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투자자의 돈이 모이는 공간 그리고 부동산은 어떨까요? 투자자의 돈이 모이는 공간을 알 수 있다면, 그만큼 또 다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대변하는 것이겠죠? 투자자의 돈이 모인다면 미래의 가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투자의 관점에선 당장의 현금흐름이나 미래의 가치 창출의 '가능성'이 보이는 곳을 투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선사업가가 아닌이상 투자자가 지불한 돈의 가치 그 이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당장의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거나, 당장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면 투자자의 관점에서 당연히 투자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에선 돈나무 언니라고 잘 알려져 있는 캐시우드Cash Wood는 아크 인베스트먼트Ark Investment의 창립자이자 60세에 억만장자가 된 부호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코로나19 당시 기술, 성장주가 큰 성장을 이뤘을 때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운용자산AUM은 600억 달러(한화 약 18조)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운영하는 아크 인베스트먼트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투자에 특화 되어 있습니다. 바로 기술주 위주의 섹터에 투자를 하기 때문입니다.
The best investment you can make is in the companies building the future
특히 장기적으로 발전할 것 같은 트렌드에 한 발 앞서 투자하는 '주제별 투자법'이라는 것을 핵심 투자로 삼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인터뷰에서 기술주를 좋아하는 그녀에게 왜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주식에 투자하지 않냐는 질문에 "내게 빅테크는 안전자산이나 다름없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공간이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요?
결과론적으로 투자를 잘 받은 오프라인 브랜드, 콘텐츠라면 가능성이 풍부하단 증거이고 돈이 모인다는 증거겠죠? 투자를 받았다는 것은 '주제별 투자법'에서 선택된 브랜드라고 생각해도 될것 같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오프라인 브랜드 중 성공적인 투자유치를 이뤄낸 곳들을 비교해 보면 확연히 알 수 있을것 같고요.
최근 런던베이글뮤지엄은 JKL파트너스에 약 2,000억원에 매각될거라는 내용인데요.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윤영사인 엘비엠(LBM)은 JKL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위한 최종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JKL측은 지분을 전부 넘겨 받지만 경영권은 유지한다는 입장입니다. 대신 인수대금을 한 번에 지급하지 않고, 향후 성과에 따라 연동 되는 언아웃(Earm-out) 방식으로 창업자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전략인데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창업자 중 한명인 이효정(CBO)씨가 언론에 많이 노출된 만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는게 당연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7개밖에 되지 않는 매장으로 약 2,000억원에 매각을 한다는 사실은 굉장한 결과인데요.
2024년 기준 매출액은 795억원, 영업이익은 245억원 수준입니다. F&B에서 30%를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은 굉장한 수치인데요. 더욱이 매장이 10개도 안되는 곳에서 약 800억 가까운 매출은 실로 대단한 파급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감가상각비를 감안한 EBITDA는 대략 259억 수준으로 3,000억 벨류 기준, EV(Equity Value)대비 약 10배 멀티플을 보입니다. 오히려 2,000억대일 경우 멀티블 8배로 합리적(?)으로 보이는것도 대단한거죠.
10개도 안되는 매장으로 유수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끄는 것은 분명 증명된 숫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숫자를 가능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어떤 비결이 브랜드와 공간에 숨어있는 것일까요?
런던베이글뮤지엄의 1호점은 안국에 있습니다. 지금도 지나갈때면 줄을 서 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안국 좋잖아. 사람 많지' 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국, 북촌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을 필두로 논픽션, 탬버린즈 등 유수의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여러 요소들을 인지하고 시작했는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운도 실력이라고 하잖아요? 북촌에 런던베이글뮤지엄 1호점은 말 그래도 운때가 맞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고로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평일, 주말 그리고 오전, 오후, 저녁이 모두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음식점이면 점심과 저녁 시간이 피크겠죠? 카페라면 그 전-후의 타임이 피크일 수 있죠. 저마다 사람들이 방문하는 시간대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몇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첫번째, 오피스. 바로 평일 낮 수요입니다.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평일에 소비하는 일정한 소비자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두번째, 관광객. 관광객 수요는 한정적입니다. 관광객이 노원 골목길을 가는건 흔하지 않겠죠? 북촌처럼 관광지스러운 곳이 바로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세번째, 주말상권. 사실 관광객이 온다면 주말 상권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또한 서울 원주민에게도 관광지가 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주말 상권인 것이죠.
네번째, 이 또한 입지. 바로 대중교통, 역세권에 위치해 있다면 이 모든걸 다 충족하는 결과로 충분합니다.
북촌, 안국은 이러한 요소들을 전부 갖추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인근에 근무자들이 꽤 존재하며, 관광객과 주말 상권은 두말할 것도 없죠.
처음 '런던베이글뮤지엄' 이 나왔을때 참 말이 많았죠. 런던은 베이글의 원조가 아니다. 뉴욕이 원조다. 런던베이글은 맛이 없다. 라는 등
근데 중요한건 뭔지 아시나요? 바로 이름에서부터 이슈를 만들기 충분했다는 것입니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전혀 상관 없어보이는 단어의 조합이지만, 너무나도 친숙하면서도 약간의 있어보이는 조화라고나 할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들으면, '아 런던 스타일의 베이글이 박물관처럼 느좋? 느낌이구나' 라고 생각이 들지 않나요?
물론, 이름만으론 이렇게까지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바로 '비주얼'이 모든 것을 완성시켰죠. 사실 지금의 런던베이글뮤지엄과 유사한 컨셉의 스토어는 많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아류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베이커리라는 컨셉은 이렇게 '따뜻한 톤앤매너'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베이커리의 주 소비자는 바로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여성을 생각해보면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선호하는 경우가 더 많죠. (아 물론 시크하면서 블랙앤화이트 톤을 좋아하는 분도 있겠죠 당연히,, 보편적인걸 얘기하는 겁니다.)
안국에 처음 생긴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외관에서 모든 이목을 집중 시켰습니다.
노란빛의 벽돌로 벽면을 두르고, 원목톤의 프레임으로 창문과 출입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밀어서 열리는 스윙윈도우도 클래식한 맛을 더했죠. 자세히보면, 계단의 디테일이라던지 계단 손잡이와 봉의 디테일, 에이징된 나무 소재는 분위기를 한껏 더했죠. 그리고 어닝에는 'LONDON BAGEL MUSEUM'이라는 단어가 이곳을 한국이 아닌 런던의 한 장소처럼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길바닥의 돌도 마치 로마의 길거리를 연상시키는 효과도 있었고요. 물론 지금인 이러한 컨셉의 스토어가 많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소위 말하는 약간의 오차가 없죠. 정말 하나의 컨셉을 위해 모든걸 집중 시켰습니다. '런던의 어느 카페'를 구현한 것이죠.
그리고 내부는 어떨까요? 잘 아시는 것처럼 귀여운 베이글집을 구현하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런류의 브랜드가 많죠.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찬 공간. 하지만 이때만해도 이렇게 '하나의 컨셉'에 충실한 베이커리는 드물었습니다. 특히나 '베이글'에 올인한 곳이라뇨. 더더욱이 희소성이 있었죠.
거기에 베이글 맛은 또 어떤가요? 제가 베이커는 아니기에 맛이 이렇다 저렇다할건 아니지만, 객관적으로 맛있다 정도는 표현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컨셉은 3박자가 잘 갖춰져진 오케스트라인것 같습니다.
비주얼의 색을 노란색이라고 가정한다면,
첫번째, 런던베이글뮤지엄이라는 이름의 인테리어로 그 색을 가득 메웠습니다. 바닥에 있는 소품부터 천정의 자재까지 모두 하나의 방향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두번째, 음식. 말 그대로 베이글에 대한 모든 것이죠. 브랜드 네이밍부터 제품이 하나의 결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초두효과. 바로 이런 2개의 박자가 갖춰진 처음 만들어진 브랜드라는 것이죠. 따뜻한 색감과 맛있어보이는 베이커리 컨셉의 베이글을 처음 런칭하다보니, 베이글=런던베이글뮤지엄 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죠.
물론 베이글은 그 전부터도 있었습니다. 더 맛있는 베이글 집도 있죠.
하지만 이렇게 3박자가 고루 갖춰져서 보고 먹고 즐기는 베이글 집은 난생 처음이었던 것이죠.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매출이 24년 기준 795억원이었습니다. 7개 매장에서 각각 약 연 110억의 매출을 달성한 것입니다. 월 매출로 따지면 9억원의 매출입니다. 베이글 하나를 5,000원이라고 하면 하루에 600개의 베이글이 팔리는 것입니다. 600개.. 한명이 2개의 베이글을 산다면, 300명이 매일 방문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웨이팅이 생길 수 밖에 없겠죠?
이때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그럼 7개 매장처럼 소규모로 운영하면 가능한 일인가? 물론 이부분도 큰 한몫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희소성이 있다보니, 웨이팅이 생기고, 저 같은(?) 사람도 '웨이팅 없어지면 가야지' 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베이글이 완전히 새로운 발명품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익숙해지고 흔해질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 지나간 트렌드를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대만카스테라, 도넛, 탕후루, 약과 등...
물론 모두 공급이 늘어나서 사람들의 수요도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카테고리의 특수성'이 저는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베이글'
우리의 주식은 베이글이 아닙니다. 하지만 빵은 식사 대용으로 가능하죠. 약과는 어떨까요? 하루에 한번 먹는게 가능할까요? 아마 일주일에 1번이면 그나마 많이 먹는 편일 수 있습니다. 바로 다른 트렌드로 사라져가는 디저트와 차별화 되는 포인트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다른 디저트들 보다 일주일에 1회 이상 먹기가 용이합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고객군을 살펴볼 순 없지만 오픈한지 3년 이상된 브랜드에서 꾸준한 웨이팅을 만들어 내는건 분명, 재구매하는 고객이 있다는 증거겠죠.
왜냐면 완벽한 타이밍에 생겨난 브랜드 그리고 공간, 부동산이라는 또 다른 이야기거든요. 하지만 분명한건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보고 따라하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간과하는게 분명 있습니다.
베이글을 유사한 인테리어로 만든다고 심지어 비슷한 위치에 운영하더라도 똑같은 브랜드는 될 수 없습니다. 이미 스마트폰의 애플처럼 하나의 카테고리를 장악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성공의 방정식이자 돈이 모이는 공간의 비밀적 요소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를 다른 카테고리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지속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카테고리에 적용해야 관심을 끌 수 있고 결국 돈이 모일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