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내 안의 어두운 면(self-shadow)
수면장애(불면증, 수면무호흡증 등 포함) 환자 수는 매년 5~7%씩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연령대별 살펴보면 2023년 기준, 전체 환자의 약 70%가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노년층에 집중되어 있으며
최근 3~5년간 20대 환자의 증가 폭이 매우 커졌다.
특히 20대 남성 환자의 유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제는 모든 세대를 아울러 불면증이 중요 키워드로 자리 잡은 셈이다.
잠을 못 자면 ‘좀비’가 된다.
갑자기 ‘좀비’를 언급해서 의아해하신 분들도 있을 테지만 불면증을 겪어보면 안다.
숙면은 신체적 회복과 정신적 안정을 위한 필수 과정이자 행복감 증진과도 연결된다.
필자는 살면서 불면증을 겪은 적이 없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며 너무나 낯설고 괴로운 경험이었다. 아마 과로, 스트레스, 걱정의 결합으로 기인한 듯했다.
불면증의 패턴은 이러하다.
새벽 2시쯤 깨서 다시 잠을 청해야 했지만 한 번 깨면 다시 잠에 들기란 쉽지 않다.
내일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거나 때때로 악몽을 꾸고 어느 때는 한숨도 못 잔 적도 있다.
사람마다 적정 수면 시간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7~8시간으로 권장된다.
필자의 경우, 평소 7시간 이상을 자야 개운한 기분이 드는데 잠을 설치니 다음날 ‘좀비‘ 상태로 출근했고 일의 능률이 상승하기 힘들었다. 제때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진다. 야근을 한 후 집에 오면 남은 시간을 쉬고 싶어서 핸드폰을 늦은 시간까지 하며 이 밤의 끝을 잡고 싶어진다.
결국 악순환의 연속이다.
숙면 과정에서 뇌는 휴식을 취한다. 그러니 사람이 불면증을 겪게 되면 마치 과부하된 기계를 쉬지 않고 일하게 하는 것과 같다. 한마디로 ‘좀비’ 같다고 할까.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잠들어야 했다.
이전과 다르게 숙면 또한,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 어이없었지만, 다음 날을 밀도 있게 보내기 위해서 어떻게든 잘 자야 했다.
우선 숙면의 핵심은 몸을 피곤하게 만들거나,
생각을 비우거나,
몸을 편안한 상태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때로는 청개구리(?) 기질을 발현하곤 한다.
자라 그러면 잠이 안 오고,
자지 말라고 하면 잠이 온다.
학창 시절 수업 시간,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짧게 잔 잠이 오히려 개운한 느낌을 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심리학에서 이를 '리액턴스 효과(Reactance Effect)'로 설명한다.
이는 인간의 자유에 대한 선택권이 침해받았을 때 발생하는 반발 심리로,
인간의 자율성을 지키려는 본능적 욕구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숙면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필자가 찾아낸 숙면의 방법은 이렇다.
1. 규칙적인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자.
2. 하루에 짧게라도 운동을 한다.
(단, 잠들기 몇 시간 전은 피한다.)
3. 침구류를 자주 세탁하여 뽀송한 기분을 만든다.
4. 베개나 침구류 또는 몸에 향수를 뿌려 몸을 이완시킨다.
5. 잠들기 전 듣기 좋은 재즈나 피아노 음악을 틀어둔 후 천천히 깊게 호흡한다.
6. 아무리 해도 잠이 안 오면 일어나 관심 없는 분야의 책이나 논문을 읽으며 피곤하게 만든다. 이때가 기회이니 잠을 다시 청한다.
불면증의 요인은 무엇일까.
우울증, 스트레스, 불안 등의 정신적 문제와 가정, 직장 문제로 인한 긴장이다.
이중 우울증을 다뤄보자.
우울증에 걸리면 멜라토닌의 분비가 약화되고,
이는 수면장애와 불면증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울증에 걸린 분들이 잠을 잘 자는 경우가 드물다.
걱정이나 불안 등 정서적 긴장은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숙면의 가장 필수 요소는 불면증의 원인이 되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면,
불면증까지 걸리지 않았을 일이다.
특히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잠자리에 누웠을 때 내일의 스케줄을 떠올리거나, 오늘 했던 실수, 자신의 행동이나 말을 반추하곤 한다. 그러한 생각은 숙면에도,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길어지기 마련이다.
또한, 미래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잠을 자야 한다는 집착은 오히려 더 깊은 불면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이럴 때는 화제를 전환하거나, 잠시 일어나서 산책을 하거나,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린 뒤 다시 눕는 것이 좋다.
사고와 숙면을 분리시키는 연습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 부분이 제일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단기간에 쉽게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불면증과 얽힌 다른 문제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딸려 온다.
걱정이 또 다른 걱정을 불러온 격이다.
그래서 필자가 선택한 것은 "아 몰라" 방법이다.
평소에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방법이 제격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하는 걱정은 현실이 안 된다.
결국 잘 이겨냈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어차피 잘될 건데"
라는 말들을 속으로 하거나 집에 혼자 있을 때 외친다.
누군가는 이상하게 볼지 모르지만 필자만의 '인생 주문'이다.
이렇게 한다 해도 성실한 사람들에게는 과하지 않다.
평소에 자주 자신을 채찍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자신을 탓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내가 싫어서 비롯된 것이 아닌
나에게 더 좋은 음식과 환경, 더 나은 삶을 제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결국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직장인에게도 '인생 주문'이 필요하다.
간단하지만 가장 강력한 주문 말이다.
운동선수가 경기에 오르기 전 스스로 무언가를 읊거나 자신만의 행동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직장인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티베트 속담 중에
"걱정한다고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네."
라는 표현이 있다.
이를 제목으로 한 책도 출간됐다. 가장 단순하지만 맞는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깊이 잘 수 있는 날들이 자주 찾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