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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 Jun 06. 2021

약점에 대하여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썩 괜찮은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집을 청소하고 빨래방에서 이불까지 빨고 왔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괜찮은 하루였던 것 같아요. 이런 날에는 괜히 잘 살아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서 감정이 울컥 솟아오른답니다. 이렇게 괜찮은 하루를 보내다가도 어느 날엔 울컥 올라오는 감정에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또 어느 날에는 실없는 것에 웃으며 지내고 있어요.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이성적이지 못한 편입니다. 감정적으로 늘 무르고 약해 쉽게 우울에 빠지고 쉽게 눈물을 흘립니다. 제 감정은 주로 '말'에 크게 반응합니다. 감동적인 말, 슬픈 말, 아픈 말. 종류를 따질 것 없이 모든 말에 무겁게 반응해요. 남들은 들어도 훌훌 털어버릴 말들을 저는 꽁꽁 숨겨두고 홀로 구석에 앉아 꺼내어 곱씹습니다. 


 좋은 말만 꺼내본다면 아주 좋은 습관일 테지만 안타깝게도 좋은 말보다는 나쁜 말이 힘이 강하니까요.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나쁜 말들을 곱씹느라 멍하게 있는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나쁜 말만 생각하다 보면 좋은 말은 힘을 키우지 못하고 끝내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럼 제 마음에는 검은 것들만 그득 들어차요. 이런 습관은 고쳐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스물아홉 해를 그렇게 살아왔더니 쉬이 고쳐지지가 않더랍니다.


 약점이 두려움을 먹고 자라면 사람을 집어삼킵니다. 그러지 말아야지, 마음먹을수록 약점이라는 녀석은 몸집을 더 키워 저를 더 두렵게 만들어요. 이럴 때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사람으로부터 치유되는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극복까지는 아니더라도 타인으로부터 위로를 받거나 부드러운 말을 들으면 일시적으로 약점은 몸집을 작게 만듭니다. 그럼 '나'로써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얻을 수 있어요. 이런 것을 경험하면 결국 사람은 사람과 살을 맞대고 살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줄곧 저를 파먹는 것 같은 약점이 저에게 아주 악영향만 끼친 것은 아닙니다. 많이 상처 받고 아팠던 덕분에 그리고 제가 타인에게 도움을 받아 치유되었던 덕분에, 저는 저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과 똑같은 사람은 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좋은 사람은 아니더라도 상처를 주는 사람은 아니고 싶습니다. 이런 면을 본다면 약점은 어쩌면 사람을 더 인간다운 모습으로 살게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파보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은 하지 않고 살고 있었을 테니까요.


 당신께도 약점이 있으실 테지요. 혹여나 누군가 알아차릴까 약점을 숨기기 위해 애를 쓰고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해주는 사람에게는 털어놓아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사람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기운이 그 약점을 흐려놓을 테니까요.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당신께 '노력하는 사람'의 부류에 제가 속한다면 좋겠습니다.


 오늘 편지는 자기소개서의 장단점 칸에 쓸 법한 이야기였네요. 물론 이런 장단점으로는 취업의 문턱도 밟지 못하겠지만요. 매일 안부를 전하니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벌써 일요일이네요. 한 주의 마무리가 즐거우시면 좋겠습니다. 월요일 아침에도 어느 때보다 개운한 마음으로 한 주를 시작하시면 좋겠어요. 저는 내일 또 편지하겠습니다. 한 주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21. 06. 06. 해.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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