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 Jun 07. 2021

목욕 예찬

 한 주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좋은 하루를 보내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날씨가 영 쾌청하지가 않군요. 월요일은 날씨가 기분을 좌우할 때가 많은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런 날에는 적당한 온도의 물로 가득 채운 욕조에 몸을 담그고 싶어요.


 목욕은 늘 기분을 좋게 합니다. 지금은 욕조가 들어올 수 없는 작은 집에 살지만, 언젠가는 꼭 욕조가 있는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목욕하는 시간은 언제나 달콤하거든요. 욕조 없이 샤워만 해도 마음속의 불순물이 사라지는 것 같은데, 욕조에 몸을 푹 담그고 물결에 몸을 맡기고 생각 없이 앉아있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요.


 욕조가 있으신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욕조는 관리하기가 힘들어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인생에 한 번쯤은 욕조를 가져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에 쌓이는 생각의 노폐물을 목욕으로 간단하게 씻어낸다니, 이보다 더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을까요?


 목욕은 준비하는 시간부터 이미 힐링입니다. 보송보송한 수건을 꺼내고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면서 생각을 비울 준비를 하는 것이죠. 그리고 적당한 물 온도를 찾습니다. 준비가 다 되었다면 몸에 따뜻한 물을 끼얹어요. 그 노곤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요. 샤워는 비단 몸의 때를 벗겨내는 것만이 아닙니다. 폭신한 거품을 씻어내면서 머릿 속도 깔끔하게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목욕을 사랑합니다.


 어릴 때는 목욕탕에 자주 갔었어요. 탕에 몸을 담그는 것을 좋아했고, 엄마가 부르면 쫓아가 등을 맡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이른 시간에 목욕탕에 가 홀로 탕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거든요. 그리고 목욕탕의 진리, 바나나 우유로 마무리한다면 그날 하루는 더없이 좋은 하루가 됩니다.


 물이라는 게 참 신기합니다. 얼마 전 날씨가 좋아 공원으로 산책을 간 적이 있습니다. 공원 가운데에 호수가 있는데, 빛을 받아 반짝반짝한 것이 너무 예뻐 가만히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어요. 요즘 말을 빌리자면 '물멍'.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귓가를 간지럽히는 바람과 물이 부딪히는 소리, 찰랑이는 물결. 완벽했습니다. 걱정이 많았던 때였는데 뜻하지 않게 힐링을 하고 왔던 기억이 있어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이 물이고, 끼얹으면 불순물을 씻어내주는 것이 물이라는 녀석입니다. 


 물은 온도에 따라 그 역할도 다양하지요. 따뜻한 물은 긴장을 풀어주고, 차가운 물은 몸이 스스로 열을 내게 하고,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은 걱정을 녹여줍니다. 온도, 형태, 장소에 따라 역할이 다르고 담기는 곳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 물은 더없이 완벽한 물질인 것 같습니다. 네모나고 커다란 목욕통에 담긴 물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든든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목욕탕에 가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목욕탕에 가보고 싶습니다.


 찰랑찰랑한 물을 떠올리다 보니 얼른 샤워라도 하고 싶어 집니다. 상쾌한 기분을 배로 만끽하기 위해 오늘도 요가를 해야겠어요. 당신께서도 오늘 있었던 고생과 걱정을 샤워로 씻어내셔서 기분 좋은 마음들만 남긴 채 하루를 마무리하시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내일 또 편지하겠습니다.


21. 06. 07. 달. 아름-.

매거진의 이전글 약점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