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가장 조용한 멘토
EP.5
학원 상담에서 무례한 말투와 태도에 상처를 받고 위축된 나는 자신감마저 잃고 모든 도전을 멈추고 싶어진다. 과거의 선택들을 후회하며 깊은 무기력에 빠진다. 다음 날 남자친구 둥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둥의 가벼운 웃음과 위로, 그리고 "온라인 독학도 방법이다"라는 조언을 듣고 다시 용기를 얻게 된다. 장소나 방식보다 중요한 건 의지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도전할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 된다.
출장에서 돌아온 둥이는 나의 격변의 기간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재밌어했다. 이 모든 일이 불과 3주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이 나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였다.
"내가 없는 동안 직장도 그만두고, 이상한 면접도 보고, 새로운 목표도 생기고, 학원도 상담하러 가보고, 주말 도슨트 업무까지 시작했다는 말이야? 대단해! 앞으로 출장을 자주 가야겠어!"
둥이는 전화 너머로 들은 나의 변화들을 하나하나 다시 상기시켜 주며 칭찬을 해주었다. 둥이는 종종 내게 일어난 일들을 열거하며 말해준다.
"봐, 네가 얼마나 대단한 일들을 해왔는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스쳐 지나간 일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고, 나 스스로에게 놀라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어..? 그러고 보니 그렇네. 아주 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나를 위한 선택을 계속해오고 있었네'
하지만 그동안 나는 당장의 결정과 판단에 휘몰아쳐 주어 담고, 쓸어 담기 바빴다. 늘 그렇듯 스스로를 자각하지 못한 채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나는 자각의 과정이 더딘 편이라 습관적으로 가장 익숙한 불안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내게 일어날 최악을 찾는 버릇이 있어서, 그런 부정적인 예감을 되새김질하다 보면 긍정적인 시선을 놓치기 십상이다. 그래서인지 둥이의 도움이 내 안에 긍정적인 나를 되찾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는 한다.
둥이는 학원에서 느꼈던 나의 좌절감을 기억하고 있는지 출장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 날 아주 재미난 문자를
보내왔다.
둥이의 문자를 받고 감동이 몰려왔다.
그는 출장 기간 내내 내가 흔들리지 않도록 어떤 방식으로든 돕고 싶었을 것이고, 다른 시차 속에서도 나를 위해 방법을 모색해 왔음이 분명했다.(둥이는 캐나다로 3주간 출장을 갔었다. 그동안 우리는 영상통화로 소통을 했다.) 나는 시간에 맞춰 병원 앞 카페로 향했고, 둥이는 PPT 인쇄본 두 부를 나란히 올려 두었다.
" 안녕하세요 노아 씨 오늘 상담을 도와드릴 둥이라고 합니다.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상담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러니 진지하게 임해주세요!"
둥이는 장난기 어린 표정과, 재치 있는 말투와 대비되는 꽤 두껍고 정성스러운 피피티 인쇄본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 나의 현재 상황에서부터 앞으로의 계획, 어디 학원에 등록할지까지 아주 세심하게 정리된 계획의 과정들이 담겨있었다. 그 덕분에 나의 새 도전의 시작이 더욱 가까워졌음을 실감했다.
"내가 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그러니 도와주면 노아 네가 좀 더 그 시간들이 단축되지 않을까 싶어. 그리고 누구보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노아가 자랑스러워"
둥이의 그 말은 지금까지의 내 모든 불안을 내려앉게 했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의 존재가 있었기에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집에 돌아와 둥이가 정리해 준 피피티 속 내용을 가위로 오려 창문에 붙여놨다.
다시 한걸음을 내딛을 마음의 준비는 끝마쳤다.
이제는 그냥 하기만 하면 돼, 뭐 어려운 거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