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나를 위해 6개월을 선물하다.

by Noa
EP.6 (지난 이야기)

3주간의 짧은 사이,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낯선 면접을 보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새로 시작할 학원 상담과 주말 도슨트 일을 시작했다. 나는 불안을 먼저 떠올리는 성향이라 자각하지 못했지만 출장 중이던 둥이는 영상통화와 메시지로 늘 곁을 지켰고, 내 스스로 돌아보게 만들어줬다.돌아온 뒤엔 직접 만든 PPT로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해주며 나의 새 출발을 응원했다. 둥이 덕분에 나는 마음의 준비를 끝마쳤고, 다시 한 걸음을 내딛기로 결심했다.




어제 둥이가 정리해 준 피피티 내용 중 핵심 내용들만 오려서 창문에 붙여놓았다. 아침에 일어나 그 핵심적인 부분만 다시 멀뚱하게 바라보았다. 어느 학원을 등록할지, 어떤 인터넷 강의를 들을지까지—이미 정리된 그 경로를 읽어나가며 묘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이 모든 것을 내 노력 없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시작한다는 묘한 죄책감. 적어도 내가 이뤄야 할 일이라면 내가 스스로 찾아보고, 최소한의 도움만 받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동시에 내 안에서 또 다른 소리가 올라왔다.

“개소리지, 노아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최대한 받고, 너의 여정에 빨리 도달해야지.”



그래. 나는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하며, 다시 PPT에 적힌 계획들을 눈으로 따라 내려갔다.



8월 – 포토샵 초급
9월 – 포토샵 심화 + 프리미어 초급
10월 – 애프터이펙트 초급
11월 – 영상 기획/촬영/편집
12월 – 포트폴리오 제작 및 온라인 강의



나의 미션 목록을 보면서도 내 마음은 생각보다 덤덤했다. 막막하게 ‘무엇을 해야 할지’를 기다리며 시간을 흘려보내던 때와는 달랐다.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안도감이 들었다. 둥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8월부터 12월까지 순수하게 배우는 시기로 정했다. 적어도 6개월은 절대적인 시간 투자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안내데스크 퇴사 시점은 너무나도 완벽한 타이밍이 되었다.


오늘날이 돼서야 여태 이 모든 과정들이 내가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는 발걸음으로 나아가게 해 줬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스스로를 작게 느끼는 시간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 선택까지 내가 흘러올 수 있었을까? 돌아보면 후회보다는 감사가 더 컸다. 역시 나는 위기적 학습이 참으로 잘 먹힌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며칠 전, 망쳤던 학원 상담은 결국 담당 멘토 교체를 요청했다. 다시는 안 간다고 마음먹었던 학원이었지만, 집과 가깝고, 국비지원도 가능한 곳이었기에 결국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 한 사람의 말투 때문에 이 모든 조건을 포기하는 건 결국 내 손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음 달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 학원 등록은 필수였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나로서는 패키지 유도나 필요 없는 수업까지 엮일 수 있었기에, 둥이의 학원 커리큘럼 설계 도움이 절실했다. 그런 둥은 학원상담을 같이 가주었다.


학원 상담을 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둥이는 내게 말했다.

“내가 짜주는 방향성대로 해줄 수 있겠어? 커리큘럼이라든가, 전체 플랜이라든가...”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응! 나는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잖아. 둥이가 알려주는 대로, 따라가면서 배우고 익혀 나갈 거야"


그리고, 그날 방문한 학원은 며칠 전과 분위기가 180도 달랐다. 패키지 수업 유도도 없었고, 무례한 말도 없었다. 내가 원하는 단과 수업으로만 일정 구성이 가능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수강료를 결제했다.


수강료를 결제하고 걸어오는 길이 그날따라 편안하기만 했다. 내 첫 시작을 결심에서부터 도움을 받고, 그로 인해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 고작 3주 만에 벌어진 일이라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내가 정해놓았던 틀은 여태 쇠틀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과자로 만들어진 가벼운 틀이었음을 그냥 또각하고 부서지는데 뭐가 무서워서 뭐가 어려워서 있는 힘껏 눌러보지 못했나 싶었다.


둥과 집에 도착 후 둥과 나는 이제 시작이다-! 하며 첫 도전의 시작을 축하했다. 그리고 둥은 내게 진지하지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주말 도슨트를 제외하고는 평일 6시간 이상 근무 금지야! 적어도 순수 배움의 6개월의 시간은 필요해 노아야

동네 근처 아르바이트를 다니며 학원을 다녀보도록 해! 오전에 학원을 가고 , 그 후에 아르바이트를 갔으면 좋겠어 노아 네게는 지금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도록 해 -"


순수 배움의 시기. 얼마 만에 느끼는 자유인가 -

주도성이 생긴 배움 덕분에 나 스스로의 삶을 가꾸는 재미를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다. 잠시만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다.


나에겐 이제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고, 해내고 싶은 욕심도 있고, 무엇보다 내가 내 시간을 정하기 시작했다는 그 마음.

시간을 따라갔는데, 이제는 시간이 날 따라올 차례가 되었다.


이전 08화나만의 무대를 찾아서 (과거 이야기)